[뉴스핌=김연순 기자] "지난번에 (상호금융) 중앙회 사람들한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타 금융회사에서 소비자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얘기를 하는데, 상호금융은 최소한 소비자보호 수준에 머무르면 안됩니다. 상호금융을 왜 만들었나, 설립 초기 초심으로 가야 합니다."
금융당국 한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신용협동조합을 포함해 수협, 단위농협 등 상호금융회사들의 영업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 상호금융회사들은 상호부조 차원에서 설립된 '비영리법인'이지만 그 실태를 들여다보면 불법대출 뿐 아니라 과도한 이자수취 등 이윤추구가 목적인 여타 금융회사들과 비교해도 "영리추구가 지나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 A씨는 신협 지점에 적금을 깨려 갔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통보받았다. 적금을 해지하면서 수령하게 될 240만원을 받기는 커녕 여기에 20만원을 더해 260만원을 연체이자로 납부하라는 내용이었다. A씨가 확인해본 결과, 그는 최근 3개월 간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 이자로 매달 60만원을 통장에 넣어뒀는데 실제 매달 이자로 지급해야 할 돈은 67만원이었다. A씨는 뒤늦게 매달 7만원의 이자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3개월 남짓 되는 시점에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3개월 간 21만원의 이자 부족분에 대해 부담해야 할 연체이자는 대출원금을 기준으로 적용하면서 260만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A씨는 신협 지점 직원에게 "연체이자가 과도하고 책정 체계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이 직원을 통해 돌아온 대답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말 뿐이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이자에 대해 "소비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부과한다"며 과도한 연체 이자수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는데, 비영리법인인 신협 등 상호금융의 연체이자 수취행태는 은행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6일 소비자원 관계자는 "은행들 뿐 아니라 신협 등 상호금융 회사들도 연체시 대출잔액에 연체이자를 부과하는 시스템"이라면서 "지나친 이자부담으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신협의 연체이자 부과방식에 대해 상호금융 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상호금융, 협동조합의 경우 표준정관에 따라 해당 조합장이 연체금리를 정하기도 하고 총회에서 조합원이 동의하면 자치법규가 되는 것"이라며 "동일한 협동조합이라도 조합마다 가산금리 체계가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해당법과 규정상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상호금융의 본래 설립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면서 비영리법인이라는 설립취지에 맞게 협동조합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호금융이 상호부조 차원에서 설립됐기 때문에 은행 등 다른 금융권과는 달리 영리추구를 과도하게 하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영리법인은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상호금융의 설립취지가 퇴색되면서 감사를 받지 않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든 금융업권에는 '국민경제의 발전'이 목표로 돼 있지만 상호금융은 '지역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상호금융은 일반 금융업과는 달리 기본구조가 상호부조여서 영리를 과도하게 취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신협 5곳은 임직원에게 부당 대출을 해주거나 담보인정비율(LTV)을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을 해줬다가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은 최근 청주서원신협 등 5개 신협 조합의 부당 영업행위를 적발해 임원 4명에게 문책경고와 주의적 경고 조치를, 직원 5명에게 주의 조치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신용불량자들로부터 향응 및 금품, 성접대 등을 받고 9억원 상당을 불법 대출해 준 수협 직원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호금융은 리스크 관리능력도 많이 부족하고, 몇 십 억원의 공동대출을 하면서 부실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규모가 작은 만큼 한 두 건의 여신이 부실화되면 회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