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신흥국 증시가 급락하고, 환율이 치솟으며 금융위기설로 번졌다. 이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도 30포인트 가량 하락하는 등 요동쳤다.
미국의 양적완화(QE) 조기 축소 가능성에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경상수지도 적자라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한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이들 국가의 증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울 정도로 급등했던 데 반해 한국 증시는 저평가 상태라는 지적이다.
또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 꾸준히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신흥국 시장 자금 이탈에 따른 리스크를 크게 우려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코스피 지수는 20일 전거래일 대비 29.79포인트, 1.55% 하락한 1887.85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오전장에서 1910대에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으나 오후 들어 하락 반전, 낙폭을 급격히 확대했다. 인도 등 신흥국의 금융위기가 임박했다는 외신 보도 등에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된 탓이다.
20일 코스피 추이 <자료: 한국거래소> |
미국 달러에 대한 인도 루피화 환율은 한때 64루피 선을 돌파했다. 루피화는 지난 5월 이래 15% 이상 급락했다. 지난달 10% 정도 하락한 인도 증시는 16일과 19일 각각 4%, 1.6% 하락했다.
최근 신흥시장 자금유출 양상은 인도에서 인도네시아로 옮겨붙고 있다.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의 자카르타 종합주가지수는 6% 가까이 폭락하며 2011년 9월 이후 최대 일간 낙폭을 기록했다. 이어 이날도 5% 폭락해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이머징 아시아 국가가 금융위기를 직면할 가능성은 아직 낮아 보이지만 이전 QE중단시마다 위기가 발생했던 사례를 감안하면 이들 국가의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고유의 금융정책 문제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머징 쪽으로 리스크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 하는 시각보다 이머징 시장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머징 시장이 동시에 흔들리면 한국 증시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미국 출구전략의 시점이 발표되거나 중국이나 이머징 중심으로 시장이 안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말로 갈수록 미국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는 만큼 신흥국도 이 시기가 고비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한진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등 신흥국의 고비는 2~3달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테이퍼링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면서 미 국채 달러 환율에 대한 급격한 변동이 없다고 인식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 시점에서 금융위기 가능성을 예단하는 것은 이르다며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임원은 "원래 인도 사정이 좋았던 것은 아닌데 갑작스럽게 인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놓고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시장이 과민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이 꾸준히 순매수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2883억원 어치 순매수, 최근 닷새 연속 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5일간 기관이 4919억원 어치를 내던지는 사이 외국인은 6357억원 규모 사들인 것.
임수균 수석연구원은 "신흥시장 내에서도 외국인 스탠스가 차별화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이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고 하반기 경기 모멘텀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외국인은 아직 한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시장이 강하게 움직이긴 힘들겠지만 1900선 중심으로 횡보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