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아시아 금융위기 우려의 진원지인 인도 및 인도네시아가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통해 위기 대응에 나섰다. 그 방편으로 인도는 국채매입을, 인도네시아는 연기금 투자 비중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차적으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신흥국들의 기초여건 악화에 따른 위기라는 점에서 이 같은 '대증적' 시장 개입이 얼마나 효과를 보일지는 미지수. 하지만 외환 방어 능력이나 금융시장 안정 기제가 강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 20일 인도 중앙은행(RBI)은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800억 루피(약 1조 4000억 원) 규모의 장기국채 매입을 23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RBI는 "지금까지 실시됐던 유동성 긴축 조치가 장기 국채금리 급등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며 "규모 및 빈도 조정과 관련해서는 차후에 세부 사항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 인도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9.48%까지 치솟으며 2001년 이후 최고수준을 나타냈다. 경상수지 적자와 더불어 미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자본들이 대거 유출돼 가격이 급락(수익률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RBI의 국채매입 실시 배경에는 단순히 장기국채 금리를 잡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ICICI 증권의 파나산나 아난샤슈브라마니안 연구원은 "장기국채 수익률이 급등했지만 RBI가 더 우려하는 것은 금리가 미칠 파급력이나 정부의 차입 비용 문제"라고 설명했다.
RBI는 지난 달 15일 긴급자금대출(Marginal standing facility)금리 및 은행 간 대출금리를 기존 8.25%에서 10.25%로 2%포인트 인상해 루피화 약세를 저지하려는 시도를 취한 바 있다. 여기에 은행들의 대출규모 상한선도 낮추는 등 루피화 유동성 규제 조치도 내놓았지만 루피화 가치 급락을 막진 못했다. 달러/루피는 지난 20일 64루피를 넘으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날까지 연이은 증시급락을 경험했던 인도네시아는 연기금을 통해 증시 투자자금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연기금인 근로자사회보장청(PT. Jamsostek)은 20일 현 19%인 주식 보유 비중을 22~25%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자사회보장청은 6월 기준으로 144조 2000억 루피아(약 15조 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엘빈 마사쌰 청장은 "블루칩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시와 더불어 루피아화 가치도 급락세를 겪었다. 6월 말 기준 루피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7.6% 절하됐다. 설상가상으로 물가상승률은 4년래 최고 수준을 가리키고 있으며 지난 분기 경상적자도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일 인도네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규모는 1억 8200만 달러로 집계돼 지난 6월 21일 이후 일일 최대치를 기록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