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정책금융 재편방안 발표가 임박하면서 금융권의 관심은 홍기택 KDB금융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다시 '총재'로 직함을 고치게 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홍기택 KDB금융 회장 겸 산업은행장 |
26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개정전 산업은행법 9조는 산은의 임원 명칭을 총재와 부총재, 이사와 감사로 정하고 있었다.
IBK기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이나 일반은행과 달리 산은은 한국은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임원 명칭을 이렇게 사용했었다.
산은이 정책금융을 전담하는 특수성을 가질 뿐 아니라 산업은행법이라는 별도의 모법을 가진 독자적 금융기관이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총재라는 직함은 한은이나 다른 은행과의 관계에 있어서 산은의 독자성을 나타내는 좋은 징표가 됐고 자긍심의 원천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산은 내부적으로는 지난 MB정부 시절, 산은 민영화와 더불어 총재 직함을 없앨 때 이를 지켜내지 못한 아쉬움을 많이 갖고 있다.
'한은은 '이미 발행한 지폐에 적혀있는 '한국은행 총재'를 모두 행장으로 바꿔야 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라는 기지를 발휘해 총재직을 지켜냈는데 우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직원간의 우스개가 이를 방증한다.
박근혜정부의 정책금융재편방안 수립착수와 함께 인기를 얻은 이 얘기는 드디어 다시 정책금융기관으로 돌아가는 산은조직에 새로운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산은이 민영화를 그만두고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하면서 정책금융기관으로 제자리를 찾을 경우 조직의 수장 직함도 이전과 같이 총재로 되돌아 갈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산은이 '총재(Governor)' 직함을 되찾는데는 두는 의미는 크다.
우선 금융기관에는 한은과 산은만이 이 직함을 사용한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부총리와 머리를 맞대는 사람이 한은 총재다. 산은의 위상도 총재라는 직함을 매개로 덩달아 높아질 소지가 있다.
이는 26년만에 민간인 출신으로 산은 총재에 올랐던 민유성 전 행장의 행보를 돌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이성태 한은 총재가 개최한 금융협의회에 민 행장이 참석했다. 양 기관의 위상을 고려해 현재 수석부행장에 해당하는 부총재가 대신 참석해 오던 산은의 50년된 관행이 깨진 것이다.
이후 산은 행장이 이 회의에 가끔 참석해도 어색함은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이 금융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또 다른 의미는 정부의 정책금융기관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히는 것이다.
이는 다소 부정적인 측면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정책금융과 민영화라는 혼재된 목적 때문에 그간 직원들이 시달린 정체성 문제가 해결된다는 의미다.
산은이 민영화를 그만두고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하려면 '산업은행법'도 개정돼야 한다.
개정안에 총재라는 단어가 다시 들어갈지 여부에 벌써부터 산은 안팎에서 관심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의 관계자는 "일본의 산은 격인 DBJ도 민영화길을 걸으며 총재에서 사장으로 수장의 직함이 바뀌었다"면서 "산은이 민영화를 포기하면 다시 총재 직함을 쓰게 될지 내부적으로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에서도 총재 직함이 없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본개발은행(Japan Bank of Development)은 민영화 계획과 함께 지난 2008년 10월부터 일본정책투자은행(DBJ: the Development Bank of Japan) 으로 변신하면서 수장의 직함을 총재에서 사장으로 바꿨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일본은 금융위기 등을 고려해 법개정을 통해 일본정책투자은행의 민영화 일정을 당초 '2008년 이후 5~7년'에서 '2012년 3월 이후 5~7년'으로 연장해 놓은 상태다.
우리보다 정책금융기관 민영화를 먼저 추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우리와는 달리 민영화 일정을 미뤄 놓은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