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벤 버냉키의 뒤를 이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으로 변해가는 가운데 민주당 및 진보진영, 여성계 등을 중심으로 서머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금 나오고 있다고 6일 워싱턴포스트(WP)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신문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월가 투자은행 쪽에서 버냉키보다는 서머스가 위기 대응에 더욱 강하며, 상대적인 강경파가 될지는 확실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26일 CNBC방송이 오바마 측근 소식통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가 서머스를 지목할 것이라고 보도한 이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매체들도 잇달아 서머스 유력설을 보도했다.
하지만 서머스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우선 오바마 행정부를 비롯한 정치권과 서머스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서머스를 통해 좀 더 유리한 금융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로 인해 연준이 정치권의 영향을 많이 받게 돼 독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서머스는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고 오바마 대통령 1기 시절에는 백악관 경제자문 역할을 받아 오바마를 보좌한 경험이 있다.
과거 금융 규제완화의 선봉에 섰던 서머스의 경력도 비판 받고 있다. 5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000년 3월 플로리다 보카레이턴에서 열린 파생상품 관련 컨퍼런스에서 규제당국의 역할이 감독 및 보호에만 국한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서머스는 당시 "최상의 위치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시장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것은 공공이 아닌 민간부문"이라고 주장했다. FT는 서머스가 유력한 연준 의장으로 부상하면서 규제에 부정적인 그의 과거 발언이 다시금 주목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연구원이었던 사이먼 존슨 메사슈세츠대 경제학 교수도 "서머스는 시장에서 벗어나 시장을 시장 그대로 둬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서머스는 여전히 금융권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입안된 '도드-프랭크법'에 대해 서머스는 대부분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은행의 위험투자를 제한하는 '볼커룰'은 뚜렷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한 전 행정부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볼커룰을 직접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서머스는 이 법안을 없애버렸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 여성계의 반발도 크다. 일찍이 여성계는 다른 유력 후보였던 자넷 옐런 연준 부의장을 차기 의장으로 밀고 있던 상황이다. 서머스는 과거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인해 후보로 부상할 때부터 여성계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아왔다.
외신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미국 국회가 시작된 이후 공식적으로 의장 후보를 지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옐런보다 서머스의 지지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일랜드 베팅업체 패디파워도 서머스 지지율이 60%까지 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2009년 미국 연준의 외부 자문역을 맡은 바 있는 투자은행 제프리스그룹의 데이빗 자보스 전무이사는 지난 3일 고객보고서에서 '서머스 풋(Summers put)'이 마치 과거 '그린스펀 풋'처럼 버냉키 의장보다 좀 더 강력한 위기 지원 능력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자보스 이사는 서머스가 버냉키에 비해 '강경파'일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면서, 그 근거로 서머스가 오바마 정부 1기에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금융회사와 자동차 대기업 구제에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이나 과거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금융 위기에 빠진 멕시코 구제금융에 관여했던 경험을 들었다.
자보스 이사는 서머스가 버냉키 보다는 디플레이션 억제 대책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대신 그는 민간부문의 대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버냉키 풋'에 비해 효과가 크고 부작용은 작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픽: 송유미 미술 기자> |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