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애플이 신흥국 시장 등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저가형 아이폰인 '아이폰5C'를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폰5C 가격 책정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애플의 주가는 폭락했다. 이 가운데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은 떨어지는 애플 주식을 쓸어담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일단 저가 아이폰 제품이 신흥시장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엔 가격이 싸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면 아이폰5C의 가격이 애플의 수익성 보장 차원에선 적당한 가격이란 주장도 제기돼 주목된다.
지난 10일 애플은 기존 '아이폰5'의 후속 모델인 '아이폰5S'와 저가형 모델 아이폰5C를 공개했다. 아이폰5C는 레드와 블루, 그린, 옐로우, 화이트 5가지 색상을 채택했으며 16GB 모델은 99달러, 32GB 모델은 199달러로 정해졌다.
그러나 이는 모두 2년 약정 계약을 했을 때의 가격으로, 약정이 없이 구매하게 되면 16GB는 549달러, 32GB는 649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아이폰5C가 저가형 제품이라고 하기에는 가격대가 너무 비싸다며 혹평하고 있다.
11일 자 마켓위치 등 주요 외신들은 월가 전문가들이 '아이폰5C'의 가격 경쟁력이 그다지 매력적인 수준이 아니며 이로 인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UBS가 애플의 목표주가를 기존 560달러에서 520달러로 하향 조정했으며 크레디트스위스(CS)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도 목표가를 낮췄다. 이들은 모두 아이폰5C의 가격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에 선보인 아이폰5C는 중국을 겨냥한 제품으로 가격을 크게 내리지 않은 것은 애플의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이러한 가격 책정은 애플의 마진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이번 제품의 1차 출시국에 중국이 포함된 상태다.
파이퍼제프리의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가격 책정에 대해 "애플은 수요를 의식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차이나모바일 같은 중국의 대형 이동통신사에 아이폰을 공급하는 것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차이나모바일은 세계 최대의 이통사로 7억 4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것이 애플이 중국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먼스터는 이어 "높다고 여겨지는 가격 때문에 판매량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마진 측면에서는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산운용사인 거버 가와사키의 로스 거버 최고경영자(CEO) 역시 애플이 마진을 줄이지 않기 위해 가격을 많이 내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아이폰이 싸지기는 했지만 아주 저렴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제품이 젊은층과 보다 나이가 많은 연령대에 고루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거버 CEO는 "아이폰5C는 레드와 블루, 그린 등 밝은 색깔로 젊은층에게 어필할 수 있고 아이폰5S는 금색과 은색, 회색 등으로 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11일 나스닥거래소에서 애플의 주가가 5.44%나 폭락한 467.71달러에 거래된 가운데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은 이날 애플의 주식을 상당량 매입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아이칸은 이날 매수에 대해 "매우 손쉬운 결정이었다"고 했다. 애플의 성장 잠재력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너무 저렴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의 '간단한' 기업가치 분석에 의하면, 보유현금을 감안할 때 시가총액은 3000억 달러 정도로 세전영업이익 500억 달러를 감안하면 5.6배 수준이며, 1500억 달러 정도 자사주매입을 실행할 경우 불과 3배 수준에 거래되는 셈이라고 한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