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의회의 팽팽한 접전에도 대부분의 월가 투자자들은 부채한도 증액이 타결을 이룰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시작하는 움직임이다. 증액 시한까지 의회가 협상을 도출시키지 못해 미국 정부가 결국 디폴트에 빠지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금융시장에 닥칠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출처:AP/뉴시스) |
미국 경제 매체 <포춘>은 디폴트 가능성과 관련해 네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저, 이른바 ‘핫도그 딜레마’다. RBC 캐피탈 마켓에 따르면 월가의 트레이딩 시스템은 디폴트가 발생한 국채를 따로 분류하는 기능을 갖추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디폴트를 낸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계산에서다.
때문에 소시지를 만드는 과정에 들어간 육류 중 일부만 상해도 소비자들은 핫도그를 아예 먹지 않는 것처럼 디폴트가 발생할 때 투자자들은 국채 거래에서 완전히 발을 뺄 수 있다고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리스크 회피 심리가 강한 국채 투자자들의 성향을 감안할 때 거래 자체를 중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다음은 Y2K 시나리오다. 새천년이 시작됐을 때 전세계 컴퓨터 및 디지털 기기의 작동 오류를 우려했던 것과 흡사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월가의 컴퓨터 시스템은 자동으로 국채 투자자들에게 자동으로 원리금을 전하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 대형 은행은 투자자들에게 자체 자금으로 상환에 나서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딜러들이 국채시장에서 거래를 중단, 전반적인 매매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월가 금융회사의 트레이더들이 국채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파생상품을 포함한 그밖에 거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는 데 있다.
통상 매입한 국채의 이자로 캐리 트레이딩을 포함한 각종 거래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디폴트는 상당수의 트레이더를 디폴트로 몰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국채 ‘팔자’가 거세게 연출될 경우 다양한 자산시장에 충격을 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세 번째는 이른바 국채 실종이다. 시스템 상 디폴트가 발생한 국채는 사전에 어떤 안내 없이 거래가 금지된다.
이 때문에 트레이더는 관련 국채를 매매할 수 없고, 투자자들은 원리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의회가 협상을 이루지 못할 경우 오는 24일에만 1200억달러에 이르는 국채가 종적을 감출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는 경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레포시장의 마비 가능성이다. 레포시장은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가 단기 차입에 필요한 담보물을 확보하는 통로인데 미국 국채가 디폴트 될 경우 이는 적정 담보물로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단기 자금 거래가 냉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기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는 것은 물론이고 단기물 국채 비중이 높은 머니마켓펀드에 투자한 이들 사이에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 역시 막힐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