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의 일부 스마트폰을 미국으로 수입하지 못하도록 한 국제무역위원회(ITC) 조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월 수입금지 판정을 받은 애플 제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결정으로 자국 내에서조차 지나친 애플 보호와 삼성 제품은 수입하지 않겠다는 보호무역주의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 ITC가 삼성전자의 일부 스마트폰을 수입 금지하기로 한 결정을 받아들였다. ITC는 지난 8월 삼성전자가 애플의 마이크 인식 특허와 스크린 특허 일부 기술을 침해했다며 미국내 수입을 금지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60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오바마 행정부는 이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매체들의 비판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애플만 보호는 것이 과연 정당하느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것. 특히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즈 등은 이날 결정이 미국시장 내 경쟁과 소비자 선택을 제한할 것이라는 삼성전자의 입장을 비중있게 전하면서 크게 우려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메인 기사에서 CCIA(미 컴퓨터통신산업협회) 회장의 말을 인용해 이번 결정이 한국 기업보다 미국 기업을 편애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며 애플 수입금지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 압력과 편애에 근거했다는 비판적인 의견을 비중있게 다뤘다.
비즈니스위크는 만일 미국이 글로벌 특허전에서 한쪽 편을 든다고 한국 정부에서 의심해 왔다면 이번 결정이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수입금지 조치가 발효되도록 함으로써 백악관이 애플에게 제공한 편의(benefit)를 삼성에게는 주지 않는 결과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애플 제품 수입금지는 전례없이 거부하고 삼성전자는 수입금지 조치를 거부하지 않음으로써 두 기업간 공평한 대우를 바라는 삼성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대통령 재가는 널리 예상된 결과로 침해 특허의 회피설계가 인정되었으므로 삼성 제품 판매에 타격은 없을 것이나 향후 신제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즈도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다. 이 매체는 "오바마 대통령이 애플 수입금지 결정에는 거부권을 행사한 반면 삼성 제품에 대한 금지 조치는 거부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이번 결정이 삼성과의 특허전에 있어서 애플사를 상당히 유리하게 만들었으나 애플 주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번 결정을 두고 이들 매체들은 한결같이 삼성 제품의 판매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의 경우는 이번 수입금지가 삼성 제품 공급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AT&T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ITC는 수입 금지 제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갤럭시S와 갤럭시S2, 갤럭시탭 10.1 등 삼성전자의 구형 모델만 이번 조치에 해당된다.
삼성전자 측은 오바마 대통령이 ITC의 결정을 허용할 경우 항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제품에 대한 ITC의 수입금지 조치가 받아들여진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시장에서의 경쟁과 미국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