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지난 10년 가까이 일본을 뒤덮었던 디플레이션 그림자가 이제는 유럽 전반에 드리우며 회복 전망을 어둡게 하는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각) 발표된 유럽 소비자물가 지표들은 디플레이션 공포가 지지부진한 회복세를 보이던 유로존을 넘어 비유로존 국가로까지 확산됐음을 시사했다.
지난 10월 독일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비 1.2% 상승에 그치며 3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지난 5년 동안 주변 유럽국에 비해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그리던 영국조차 10월 CPI 상승률이 전년비 2.2%로 13개월래 최저를 찍었다.
같은 날 나온 스웨덴의 10월 CPI 역시 전년 대비 0.1%가 하락하면서 올 들어 두 번째 하락 기록을 세웠고, 헝가리는 전년비 0.9% 하락해 1974년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낮은 물가상승률은) 전 세계적 현상”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매일 더 낮아지는 상태인데 이는 글로벌 재정 지속성과 경제 회복에 상당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지난주 발표됐던 유로존의 10월 물가상승률 역시 0.7%로 9월의 1.1%에 비해 후퇴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이 설정한 물가목표 2% 수준에도 턱없이 모자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럽의 디플레 불안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연료비용이 낮아진데다, 소비자 수요가 줄고 지나치게 높은 실업률 역시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은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편 디플레 공포가 점차 확산되면서 ECB 등이 부양 조치를 좀 더 오래 쓸 수 있을 것이란 안도감도 있지만, 더 적극적인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외르그 아스무센 ECB 집행이사는 이날 독일 노이엔 오스나브뤽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정책 관계자들이 유로존 경제를 위해 지난주 깜짝 금리인하 결정에 이어 추가적인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에발트 노보트니 ECB 집행이사의 경우는 이날 한 금융 컨퍼런스에서 “당분간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게 유지 될 것이라는 점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