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이 법정 처리시한인 12월2일을 넘길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다음달 16일까지는 예산안을 확정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계획이지만 국가기관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통과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만일 2014년 예산안이 올 연말까지 통과되지 못할 경우 사상 초유의 준예산이 편성돼 집행된다. 준예산이 집행될 경우 복지예산 지출 등이 중단돼 서민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겨우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편집자註]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2014년 정부예산안이 2002년 이후 11년 연속으로 법정 처리시한인 내달 2일을 넘겨 처리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예산안에 대한 여야 간 이견 차가 워낙 커서 연내 처리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한국판 '셧다운(shut down·정부의 업무정지)'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6일 예산안 공청회를 열고 내달 16일까지는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실상 헌법이 정한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국회 스스로 어기겠다는 발표였다.
예산안은 상임위원회에서 각 부처별로 상정하면 예결위에서 최종 확정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다.
문제는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예산안에 대한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날 발표한 2014년 예산안 심사방안에서 복지지출을 위한 재원마련, 권력형 국가기관에 대한 예산 통제 등의 원칙을 밝혔다.
특히 부자감세를 철회해 7조1000억원을 마련하고 창조경제를 위한 예산 5조원을 삭감해 이 예산을 복지 지출 확대에 사용하며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개도국 새마을운동 확산 예산 등을 깎을 계획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정부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25일 오전 예결특위 결산소위가 열린 국회 예결위 소회의실에서 여야의원들이 결산안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런 상황에서 올 1월 1일 새벽 6시5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13년 예산안처럼 새해 새벽에라도 예산안이 통과되면 문제가 없지만 이마저도 넘길 경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이 편성된다.
최근 미국이 경험했던 '한국판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미국 셧다운의 경우 지난달 1일부터 16일까지 내년 예산안 통과시한을 넘기면서 연방정부가 일시 폐쇄된 바 있다.
준예산은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전까지 예산안이 확정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전 회계연도에 준해 집행하는 예산을 말한다.
헌법에 따르면 법률상 지출의무(의무지출),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계속사업비 등만 준예산을 통해 지출이 가능하다.
정부는 준예산이 집행될 경우 지난 9월 발표한 357조7000억원의 재정지출 중 40% 정도인 약 140조원의 지출이 어려워진다고 보고 있다.
재량지출 188조9000억원에서 정부기관 인건비 30조원, 시설 유지비 15조원, 계속사업비 3조 5000억원 등을 뺀 것이다.
새누리당은 재정집행이 동결되면 65만개의 일자리 사업, 23조원 규모의 SOC 건설 사업, 17조원 규모의 R&D예산, 무상보육·양육수당, 기초연금, 대학등록금 지원,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 난방비 지원 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준예산에 따라 월급을 줄 수 없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계약직 직원들과 학교 시간제 교사 등이 일시적으로 해고되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준예산은 헌법에 규정돼 있으나 그동안 실제 집행된 적이 없어서 시행령 등 하위 법령에는 전혀 규정돼 있지 않아 준예산 집행 자체로도 혼란이 예상된다.
미국의 셧다운 피해액은 약 25조원으로 추정되며 경제성장률을 0.6%p(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도 만약 셧다운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 3분기 이후 살아나고 있는 경기에도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한국판 셧다운이나 준예산 집행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정부에서도 충분히 국회에 설명하면서 예산안이 연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올해 3, 4분기를 정점으로 해서 경기회복세가 턴어라운드할 것이다. 정부의 전망은 큰 정책의 집행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예산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호소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