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정은 기자] 일본펀드가 엔화 약세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일본 증시는 엔저에 힘입어 최근 6년만에 고점을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3일 KG제로인에 따르면 일본펀드는 최근 1개월간 5.39%의 수익률을 기록, 해외주식형펀드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나타냈다. 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의 일본펀드 23개 모두가 1달째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했다.
개별펀드의 성과도 놀랍다.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일본1.5배레버리지자 H[주식-파생재간접]C-F'는 한 달간 14.35%, KB자산운용의 'KB스타재팬인덱스(주식-파생)A'은 9.37%의 수익률을 냈다.
<자료=KG제로인> |
일본펀드의 활약은 아베노믹스와 궤를 같이한다. 아베 정부가 공격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엔화약세를 끌어냈고 일본 증시는 한동안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벤 버냉키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이후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일본 펀드는 굴욕을 맛봤다. 엔/달러 환율은 94엔까지 주저앉았고 닛케이225지수 또한 1만2440포인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저가매수와 테이퍼링 우려가 수그러들면서 일본증시는 다시금 반등에 성공, 올해 두번째 전성기를 맞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둘째주 해외투자자들이 일본주식을 매입한 규모만해도 1조엔에 달한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03엔을 돌파, 엔화가치는 6개월만에 최저로 내려앉았다.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 또한 0.51%가량 오르며 1만5734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엔화약세로 인한 일본증시 강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가 추가로 상승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IB 9곳의 엔/달러 환율 12개월 전망치 평균은 110.89엔으로 현재 103엔을 훨씬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엔화약세 자체 보다는 이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만 하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화약세로 유발되는 실물적인 효과들, 예컨데 설비투자가 늘고 고용이 늘면서 실질임금이 올라가는 것을 감안해보면 일본증시는 충분히 추가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도 엔화약세가 일본펀드의 화려한 성과를 담보할 지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있었던 엔저현상과 지금의 엔저는 다르다"며 "예전이 일본에 대한 베팅 성격이 강했다면 지금은 엔캐리트레이드의 모습이 나타나 일본 증시가 가지고 있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현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정황상 엔화약세는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가능한데는 미국과 유럽 변수들이 소강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연말 소비시즌 성과와 유럽 중앙은행의 정책결정 등과 같은 변수들이 대기중인데, 이것이 발현되면 일본이 다시 집중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해보인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