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경제 성장 목표를 기반으로 한 회계연도 2014 예산안을 가결한 그리스가 스페인과 아일랜드에 이어 구제금융 졸업을 선언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피어 오르지만, 위기 탈출을 확신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그리스 의회는 31억 유로를 추가 감축하는 내용의 내년도 예산안을 찬성 153표, 반대 142표로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여야의 줄다리기 끝에 도출된 내년 예산안은 0.6%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목표 달성에 성공한다면 올해 4% 위축을 포함해 지난 6년 간의 침체 행진에 마침표를 찍게 되는 셈이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올해 5대 예산 목표들 중 4가지를 달성하고 27%에 이르는 실업률을 낮추는 것만 실패했다면서, 이번에 승인된 예산안을 “구제금융을 졸업하기 위한 결정적인 첫 걸음”이라고 평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스는 오랜 경기침체로 호텔 비용이 최소 20%가 내린 데다, 시위가 크게 줄면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올해 그리스를 찾은 관광객 수와 이를 통한 관광 수입은 15%가 늘어났으며 내년에도 관광 산업 호조세가 이어지며 경기 회복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 역시 그리스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헤지펀드들은 트로이카(IMF, EC, ECB)로부터 50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은 그리스 은행들에 대해 투자를 재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 상황에도 불구, 그리스 경제가 아직까지 한시름 놓을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구제금융 조건인 긴축 이행에 따른 사회비용이 상당한 수준인 데다, 그리스인들의 생활 수준 역시 가파르게 떨어진 상태. 또 그리스 경제 규모가 위기 전 수준과 비교해 여전히 25% 가량 위축된 상황인 데 추가적인 개혁 노력이 이행돼야 하는 상황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터프츠 대학 경제학 교수 야니스 로아니데스는 탈세를 일삼는 부유층보다는 빈곤층에 개혁 부담을 지우는 등 정부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면서, 개혁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초 트로이카가 9일 아테네에 실사팀을 보내려던 계획을 내년 1월로 미룬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트로이카 채권단은 그리스가 약속한 긴축 조치를 모두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그리스가 위기 해결을 위한 방향은 잘 잡았지만 진척 속도가 느리다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