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주택 리모델링에 수직증축이 허용되자 건설사들이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으로 사업성이 30% 가량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에선 분당신도시를 비롯해 수십만의 신도시 아파트가 낡아 리모데링을 해야할 처지다.
건설사들은 리모델링 공사비와 수익을 추산하기 위해 자체 시뮬레이션을 돌려가며 사업성 분석에 여념이 없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을 틈새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기존 수평·별동 증축보다 사업비가 30% 정도 절감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사무처장은 “수직증축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수평·별동 증축과 비교해 두 개층을 증축하면 30%, 3개 층을 올리면 35% 정도 조합원 부담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재건축과 달리 공사 기간이 짧고 절차도 간소해 정책적인 지원이 뒤따르면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경기도 분당 A아파트의 조합원 부담이 1억5000만원에서 1억원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는 최고 3개 층까지 올려 세울 수 있어 그만큼 일반분양을 해 공사비로 사용하기 때문.
건설사 중에선 쌍용건설이 가장 적극적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전용면적 85m²의 중대형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 ‘복층형’ 및 ‘가구 분리형’으로 평면을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조만간 특허 출원도 마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4개 단지 900여가구를 리모델링 해 국내 건설사 중 최대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14개 사업장(1만2000여가구)에서 시공사 및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쌍용건설 한 관계자는 “수직증축으로 새롭게 조성한 일반분양이 성공하면 기존 조합원들의 부담이 25~35% 정도 절감될 것으로 파악된다”며 “더욱이 새롭게 개발 중인 복층형과 가구 분리형 구조를 도입하면 임대수익까지 볼 수 있어 조합원 부담을 제로(zero)에 가깝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사업 강자인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등도 시장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어나면 별도 부서를 신설할 계획이다.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사업 타당성 조사도 준비하고 있다.
대우건설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리모델링 수직증축에 제도 개선 및 금융지원 등이 이뤄지면 틈새시장을 넘어 정비사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까지 실적이 많지 않고 추진하는 단지가 적어 시장 변화를 지켜보고 있지만 활성화 단계에 들어가면 별도 부서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경기도 분당, 평촌 등 1기 신도시 위주로 리모델링 수직증측에 관심을 보일 공산이 크다”며 “사업 타당성을 갖춘 단지가 수직증축을 추진하면 시공사 입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택경기가 바닥을 통과하지 못한 데다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초기 단계에 불과해 짧은 시간에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미 고층으로 건축돼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은 일부 단지들은 리모델링 수직증축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로 일반 분양이 성공할지 확신할 수 없는 데다 리모델링 수익성도 검증되지 않아 일단 지켜보자는 심리가 우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