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증권+생명+저축은행) 매각의 최종 가격 선정을 위한 2라운드 협상에 험로가 예상된다.
우리금융지주가 NH농협금융지주를 패키지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매각조건 개선'이라는 이례적인 단서를 붙여놓은 데다 사외이사들의 이에 대한 관철 의지가 강경하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은 배임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부대조건'으로 붙여놓은 '매각조건 향상'을 농협금융과의 최종 협상 과정에서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파악된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전날 "협상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를 대비 자산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패키지는 KB금융을 차순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며 "추후 협상을 통해 저축은행의 매각조건을 개선해야 하고, 증권에 대해서도 매각조건을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한 사외이사는 "부대조건은 '협상용, 생색용'이 전혀 아니다. 저축은행은 헐값 매각 시비가 나오는 게 분명해 반드시 올려야 한다는 게 이사회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투증권은 KB금융이 농협금융보다 더 많이 썼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KB금융이 우투증권에 올인하려고 비정상적인 비딩을 한 것으로 그 부분은 정리가 돼야 해 임의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우리금융지주] |
◆ 사외이사들, 저축은행 헐값 매각, 배임 가장 우려
현재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은 저축은행의 헐값 매각 시비와 이에 따른 배임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사외이사 8명 가운데 5명이 저축은행 인수해 관여했고, 이사회 결정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것도 이 문제 때문이었던 것.
우리금융은 우리금융저축은행의 모태였던 삼화, 솔로몬 저축은행을 2011년과 2012년에 인수해 정상화하는 데 2100억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우투증권 계열로 패키지 매각하면서 농협금융에 400억~500억원 가량에 재매각하게 됐다.
또 다른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저축은행 배임을 우려하는 이들이 가장 많다"며 "배임 이슈는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라 굉장한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저축은행은 (인수가를) 올리지 않으면 (이사회) 통과가 안 될 분위기"라고 말했다.
우투증권 노조는 이미 사외이사의 배임혐의를 제기한 상태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과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우선협상자 선정 후 "우리금융 민영화에서 법적 원칙이 준수되지 않거나 사회적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진행될 경우 정부에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 사외이사들 "저축은행을 안 팔고 우투 KB금융에 넘길수도"
특히 사외이사들은 농협금융과의 가격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최악의 경우, 패키지 딜을 깨는 것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외이사는 "극단적인 케이스는 저축은행을 안 팔고 증권만 KB금융에 좋은 가격에 넘기는 것"이라며 말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 같이 패키지 매각 원칙을 깨고 '저축은행 매각 보류, 우투→KB금융'의 경우와 관련한 법률적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외이사는 "농협금융이 현 가격으로 들어오면 패키지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이사들은 마찬가지로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며 "농협금융과의 협상이 잘 되면 다행이지만, 이게 아니겠다 싶으면 KB금융의 의견을 듣고 그에 따라 조취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지난 24일 이사회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부대조건은 빼놓고 농협금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부문만 밝힌 뒤 부대조건은 하루 뒤인 25일에 따로 알린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이사들은 매각 조건을 개선하고 실제 그런 결과가 나오도록 집행부가 협상하라는 것"이라며 "(집행부는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정밀 실사를 어차피 해야 하고 그것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며 "실사한 것보다 돈을 올려주면 그게 오히려 배임"이라고 강조했다.
농협금융은 이날부터 2주간 확인실사를 진행한 후 우리금융과 본계약 체결에 나선다. 최종협상에 이르기까지 우리금융과 농협금융간의 최종 가격을 두고 치열한 줄다리가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이사회가 부대조건을 붙인 것과 관련, 이렇다할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