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지난해 말 러시아 볼고그라드 기차역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는 응급구조사 출신의 30대 초반의 무슬림 남성 파벨 페첸킨(사진)이 저지른 것으로 러시아 보안 당국은 보고 있다.
구랍 3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소리'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수사당국은 5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달 29일 기차역 테러 용의자로 러시아 중부 자치공화국 마리옐 출신 페첸킨을 지목하고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페첸킨은 중부 타타르 이슬람 자치공화국의 수도 카잔에서 5년 동안 응급구조사로 일하다 이슬람으로 개종한 후 안사르 아루시라는 아랍식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다. 2012년 다게스탄 이슬람 군사조직에 합류했다. 러시아 당국은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범인의 시신 유해와 페첸킨 아버지의 유전자(DNA)를 채취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모스크바타임스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에서 페첸킨은 "나는 알라신을 기쁘게 하고 천국에 가기 위해 이곳(다게스탄)에 왔다"며 "알라신은 우리에게 이교도들과 맞서 싸우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 동영상은 페첸킨의 부모가 다게스탄으로 떠난 뒤 연락이 끊긴 그를 찾기 위해 지난해 3월 "집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자 그가 답장 형식으로 올린 것이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기차역 자살 폭탄 테러 발생 다음날 기차역에서 2.4km 떨어진 거리에서 이뤄진 트롤리버스(무궤도 전차)에 대한 테러 공격도 페첸킨이 속한 반군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블라디미르 마르킨 대변인은 "두 차례의 테러에서 사용된 폭탄 파편이 비슷하다"며 "두 테러를 한곳에서 모의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테러범들이 지리적, 사회적 이유로 볼고그라드를 범행 장소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볼고그라드는 모스크바와 다게스탄, 소치 등을 잇는 교통 요충지이며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가 독일과 격전을 벌여 전세를 바꾼 곳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테러로 러시아 전역이 초긴장 상태라고 보도하고 있다. 시민들은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고 모스크바 등지에서는 새해맞이 행사 경계를 강화하거나 행사를 아예 취소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토마스 바흐(60·독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소치 동계올림픽을 직전에 두고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와 관련, 성명을 내고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난 이번 러시아 폭탄 테러는 비열한 행동"이라며 "소치올림픽은 견고한 경계 태세 안에서 안전하게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흐 위원장은 "(이번 테러는) 무고한 시민을 향한 야비한 짓"이라고 규정하며 "IOC는 이 같은 비겁한 행동을 규탄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