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출발했던 주식시장이 연초부터 흔들리고 있다. 환율 하락과 삼성전자 어닝쇼크 뿐 아니라, 선진국 증시와 글로벌 투자은행의 보고서에서도 발견되는 조정 우려까지 더해져 국내외 모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장세가 다시 펼쳐질까 두렵기만 하다. 선진국 금융시장에서는 기대와 달리 연초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대신 채권시장에 일부 강세장이 전개되기도 해 눈길을 끌고 있고, 유럽 경기 회복세가 전개되고 있지만 아직 부채 축소(디레버리징) 문제가 남아있어 확신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뉴스핌은 연초 국내외 증시의 불안요인을 점검하고, 주요 증시 전략가들의 진단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뉴스핌=한기진 이에라 정경환 백현지 기자] 코스피가 위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초 1월 효과 등 희망은 자취를 감췄고 최근에는 1900선 초반까지 추락할 지 모를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글로벌 새해 증시에서 우리나라가 ‘꼴찌’로 추락하고 말았다는 사실이 있다. 반정부 시위 등 극심한 사회혼란을 겪고 있는 태국의 증시 하락폭 조차 코스피보다 덜하다.
새해 첫날부터 지난 10일까지 코스피는 3.62% 하락했다. 상승률 기준으로 글로벌 증시 57개국 중 54위. 러시아 태국 브라질 중국(상해종합) 홍콩(항셍) 등이 코스피와 나란히 서있다. 반면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로 존 경제위기 국가의 증시는 크게 반등하고 있고 선진국 증시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가는 “코스피가 금융불안과 펀더멘털 모멘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국가들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 버팀목이던 삼성전자에 등장한 우려
증시 불안의 외형상 이유는 삼성전자 어닝 쇼크가 도화선이 된 기업 실적 하향 이슈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 현대기아차 등 IT, 자동차업종을 시작으로 지난주 에너지, 화학, 철강, 은행업종의 주가가 도미노처럼 떨어졌다.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어닝 쇼크 이후 이 모든 업종의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하락폭을 줄이며 오히려 안정을 찾는 모습으로 되돌아 갔다. 삼성전자는 11월 고점(150만원) 이후 실적 발표 직전까지 14.1%의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7일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130만4000원에서 15일 130만3000원에 거래되는 등 하향 안정세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삼성전자 실적이 나쁜 게 아니라 애초 실적 기대치가 너무 높았고 미국 등 선진국 경기는 좋은데 우리나라는 안 좋은 게 문제”라며 “지금까지 유동성 장세였다면 이제는 펀더멘탈 장세로 성장성이 안 보이니 주가가 내려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대로 우리 증시는 외국인이 주도한 유동성 장세, 그리고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기업의 실적을 뒷받침 해줬던 중국 덕에 버텨왔다.
◆ “외국인에게 한국은 선진국 수준의 경제성장률 가진 신흥국”
그러나 환율에 민감한 외국인은 원화 가치 상승을 싫어해 코스피를 팔고 있다. 또 중국은 GDP 성장률이 6%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로 위축되고 있다. 코스피보다 더 떨어진 상해증시가 이를 보여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설문조사 결과 제조업체의 환율 손익분기점은 원/달러 기준 1066.4원인 반면 외환시장에서 최근 1050원대까지 내리기도 했다. 정부가 나서고 달러 약세가 나타나자 최근 1060원대까지 다시 올랐다.
윤지호 센터장은 “기업 실적도 환율도 안 좋기 때문에 외국인 우리나라 주식을 사야 할 요인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종우 아이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봤을 때 한국시장은 선진국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가진 신흥시장으로 트렌드 상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질 위험이 높다”고 했다.
◆중국 경기 덕 못 보는 게 치명타
가장 근본적으로는 중국 경기 둔화가 우리 경제와 증시에는 치명적이다.
인민은행이 15일 발표한 중국 은행들의 지난해 12월 신규 위안화 대출액은 4825억위원으로 11월 6246억위안보다 크게 낮았고 전망치인 6000억위안에도 못 미쳤다. 리커창 중국 총리의 경제개혁이 대출 수요를 위축시켰고 과거처럼 초고속 성장시대는 끝났다는 증거가 나타난 것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은 “중국 국가 목표가 내수경기 활성화인데 나타나는 게 없다”고 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2010년까지 중국 경기 특수 기간이었고 우리나라가 집중적으로 수혜를 많이 받았다”면서 “올해 추가적인 호재를 일으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