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페이스북이 뉴스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를 한다.
사람들은 점점 종이신문 구독, TV 시청이라는 형태에서 벗어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뉴스만을 소비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라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업체 역시 모바일 시대의 첨병이었기에 성공적으로 도약할 수 있었고, 추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서비스 중 하나로 뉴스를 택한 것이다.
뉴스 서비스를 통해 페이스북은 모바일 광고 매출을 확대할 또 다른 기반을 얻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침 페이퍼 서비스를 선보인 건 페이스북 창립 10주년 하루 전날. 신(新) 무기를 선보인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 페이스북의 새 무기 '페이퍼'
페이스북이 선보인 뉴스 큐레이션 앱 `페이퍼`(출처=페이스북) |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자신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올리는 글이나 사진, 뉴스 등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던 디지털 매거진 앱 플립보드와 흡사하다.
플립보드를 통해서도 사용자는 뉴스를 마치 달력이나 신문을 넘기는 듯한 느낌으로 넘겨서 볼 수 있는데 페이퍼에서도 사용자가 이렇게 콘텐츠를 넘겨볼 수 있다.
각 부문은 섹션(Section)이란 이름으로 나뉘어 있는데 사용자가 '섹션 편집(Edit sections)'을 탭하면 정할 수 있다. 콘텐츠는 페이스북 친구들이 포스팅한 내용들이나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통해 발견한 것들로 채워진다. 편집해서 없애지 못하는 섹션은 페이스북 뉴스피드뿐.
빅데이터 시대, 시간은 한정돼 있는 사용자에게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유용한 서비스만을 골라 볼 수 있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필수적이고, 페이스북은 그걸 노린 것이다. 특히 구글 뉴스는 '기계'가 모두 알아서 편집을 하고 네이버 뉴스는 '사람'이 콘텐츠를 고른다면 페이스북 뉴스는 기계와 사람 모두가 편집을 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모바일 기기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풀스크린으로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이야말로 모바일 사용자 기반을 늘려 광고 매출을 늘리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나중에 보고 싶은 것은 '나중에 보기(Read Later)' 섹션에 모아두면 된다.
현재 페이퍼는 미국에서만, 그리고 아이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아직까지 안드로이드용, 혹은 아이패드용 앱에 대해선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 페이퍼 vs. 페이퍼 분쟁 '우려'
그런데 이미 페이퍼란 앱이 있다는 점에서 분쟁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페이퍼는 플립보드의 서비스와 거의 유사하며, 이름은 기존 아이패드용 드로잉 앱과 같아 분쟁이 예상된다.(출처=페이스북) |
이미 이 회사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그레고르 페츠니그(Georg Petschnigg)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스엔젤레스타임스(LAT)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페이스북이 지난주 페이퍼란 앱 출시 계획을 밝혔을 때부터 "시간을 갖고 문제를 풀기 원했다"면서 페이스북이 시장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프티쓰리의 페이퍼는 지난 2012년 3월 출시됐고 그 해 애플로부터 아이패드용 베스트 앱에 선정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페츠니그 CEO는 "우리는 '페이퍼 바이 피프티쓰리'란 이름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고 페이퍼 자체에 대한 저작권도 신청할 계획"이라면서 "만약 페이퍼에 대한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페이스북 때문에 우리는 시장 퇴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인간적인 논의를 통해 풀어갈 용의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애플은 페이스북의 페이퍼를 이미 앱 스토어 프론트 페이지에 '베스트 뉴 앱'에 선정해 올려두고 있으며, 이번 건에 대해 페이스북과 애플 측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 페이퍼 역할 폭발적일까
와이어드는 페이퍼를 통해 페이스북은 이제 자체 제작 콘텐츠(original content)를 유통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영리한 전략을 구사했다고 봤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의 정체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페이스북을 전 세계에서 가장 잘 개인화된 신문(the best personalized newspaper in the world)으로 만들겠다"고.
10년 전의 마크 저커버그(좌)와 현재의 저커버그(우)(출처=월스트리트저널) |
디자인은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페이퍼의 생존을 위한 다음 관건은 그렇다면 무엇일까. 바로 콘텐츠의 질이다.
와이어드는 이미 미디엄(Medium)이 사용자가 포스팅하는 것의 얼개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페이퍼도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하는 업데이트 정도의 성격만을 갖게 된다면 한계가 있을 것이며 따라서 세분화된 섹션별로 얼마나 다양한 콘텐츠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슬레이트닷컴의 윌 오레머스는 "페이퍼는 페이스북의 또 다른 이름"이라면서 "또 다른 껍질 안에 있는 페이스북이며 슈퍼 파워를 갖게 됐다"고 높게 평가했다.
디애틀랜틱은 저널리스트들은 뉴스나 새로운 소식을 올리는 공간으로 트위터를 선호하고 있고, TV 방송사들 역시 세컨드 스크린으로서 트위터를 찾고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의 뉴스 서비스에 있어 진정한 경쟁자는 트위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뉴스를 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고 봤다.
이 앱을 디자인한 마이크 마타스는 "콘텐츠를 디스플레이하는 방법을 바꾸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이 콘텐츠를 포스팅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 자체를 바꾸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