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 되는 가운데 국내 펀드들의 성적표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관련 펀드들이 부진한 반면 선진국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확산되며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금 펀드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고, 정책 기대감에 힘입은 헬스케어펀드들도 차별화된 성과를 내고 있다.
5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신흥유럽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8.74%를 기록했다. 신흥국주식형 펀드도 6%대의 손실을 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4.71%)과 해외주식형(+0.22%) 성과 대비 부진한 결과다.
선진국 펀드인 북미주식형과 유럽주식형펀드는 -1% 안팎의 손실을 내며 다소 선방했다.
주식형 펀드들이 대부분 마이너스 성과에 머물러 있는 동안 채권형 펀드와 금(金), 헬스케어에 투자하는 펀드 등은 플러스 수익을 거뒀다. 국내채권형과 해외채권형은 각각 0.29%, 0.25%의 수익률을 올렸고 금펀드와 헬스케어펀드는 4%대의 플러스 성과를 냈다.
이 같은 펀드 성적 양극화의 가장 큰 배경은 G2(미국·중국) 리스크다. 미국의 테이퍼링 실시 부담 속에 부진한 미국 지표, 중국의 경기 모멘텀 약화가 신흥국 금융시장에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위험자산 대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러스 코에스테리치 블랙록 글로벌 수석투자전략가는 "이머징 시장의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의 경제지표가 혼조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다시 안전자산을 찾아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승현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테이퍼링)와 경제 문제로 신흥국 주요 펀드들의 수익률이 저조했다"며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펀드는 그동안의 약세를 딛고 최근들어 저가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헬스케어펀드의 경우 정책 기대감과 고령화 추세에 따른 관련 산업 부각이 호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신흥국 펀드의 자금 유출이 지속,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금값의 경우 일부 저가 매수세에 따른 반등 성격이 많아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관측이다.
김후정 동양증권 펀드 연구원은 "1월 이후 글로벌 유동성이 선진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테이퍼링의 충격은 일정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속에 중국의 경기 둔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어 변동성에 취약한 신흥국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며 "일시적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부각되며 채권, 금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 값이 워낙 많이 떨어져서 가격 메리트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상승하려면 신흥국 수요가 살아나야 한다"며 "이것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상승 추세를 이어가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추가 테이퍼링을 감안해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상품에 대해 주목하라고 전했다. 또한 고수익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ELS 등에 대한 매수를 권고했다.
이승현 연구원은 "양적 완화의 축소가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달러는 지속적인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여 달러 관련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재연 KDB대우증권 PB클래스 갤러리아 이사는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고수익보다는 원금을 지키고 싶어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대 연 7~10%의 수익을 제공하는 원금보장형 ELS 상품 등에 주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와 달러 레버리지 펀드 등을 주목해야 한다"며 "통화와 지역, 섹터 등은 분산해서 투자하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