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유럽연합(EU)에서 부정부패로 발생하는 손실액이 매년 1200억유로(약 174조8304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대적으로 청렴했던 EU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다.
유럽연합의 행정부 역할을 담당하는 EU 집행위원회는 3일(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반부패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여론조사기관 유로바로미터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EU 회원국을 부패가 가장 적은 나라부터 심한 나라까지 총 5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부패 정도가 가장 양호한 그룹에 속한 나라는 덴마크, 핀란드, 룩셈부르그, 스웨덴인 반면 부패가 가장 심한 그룹에는 크로아티아, 체코,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그리스가 속했다.
EU 회원국들의 부패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반부패 보고서는 EU 회원국이 실시하는 부패 척결 정책(anti-corruption policy)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금융위기 후 정책결정자들의 청렴도와 신뢰성에 대한 이슈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대다수 EU 회원국에서도 반부패 정책을 가시화하기 위한 정책 어젠다(의제)가 마련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EU의 반부패 정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EU 회원국 사이에서도 ‘공무원’에 대한 통일된 정의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EU 회원국들이 ‘공무원’ 범주에 ‘선거로 뽑힌 정치인’도 포함하도록 합의를 보는 데 실패했던 사례가 언급됐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2년 사기를 비롯한 위법 행위를 형법으로 금지하는 지침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투표로 선출된 정치인이 부패 행위를 저지를 경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공무원’에 대한 정의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 제안은 협상 과정에서 지지를 받지 못했고 결국 EU 회원국 전반의 반부패 정책도 미완성으로 끝났다. 보고서는 “부패 행위를 저지른 정치인에 형사책임을 묻도록 ‘공무원’에 대한 통일된 정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에서 반부패 정책에 성공한 모범사례로는 핀란드와 네덜란드가 소개됐다.
핀란드는 정당자금 지원에 대한 규제가 잘 갖춰진 것이 우수한 점으로 꼽혔다. 핀란드는 지난 2010년 정치인에 대한 자금지원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생기지 않도록 정당법을 개정했다. 이 개정법에선 자금 지원이 투명하게 이뤄졌는지 감시 받는 대상에 기존 선거 후보자뿐만 아니라 정당 및 그와 연계된 기관들도 포함되게끔 규제 범위가 확대됐다.
보고서는 “핀란드의 이러한 조치는 정치자금 운용이 투명하게 이뤄지는 데 기여한 것”이라며 “다른 국가에 본보기가 될 만 하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는 공공 부문의 청렴성을 개선한 모범사례로 언급됐다. 네덜란드에는 BIOS라는 독립기관이 존재하는데, 이 기관은 공공기관의 청렴성을 높이는 정책을 고안하고 실행하는 과정에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 네덜란드에서는 도시나 지역단위로 우수 청렴 사례를 발굴해 왔다. 이렇게 해서 알려진 우수 청렴사례는 2003년 135개에서 2010년 301개로 증가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