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Newspim] "이건 정말 혁신적인 제품이다. 모두 다 안된다고 했는데 우리가 해낸 것이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가전쇼) 행사장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직접 새로운 방식의 식기세척기 신제품을 시연하면서다.
그가 자신있게 '혁신'이란 단어를 연달아 언급한 제품은 워터월(WaterWall) 식기세척기다. 100여년 이상 써오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 세척 사각지대를 없앤 제품이다.
그는 "연구원들도 처음에는 다 안된다고 했는데, 우리가 발상을 바꾸자 이렇게 해서 130년만에 방식을 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 또 혁신.."2015년까지 다 바꾼다"
현대의 식기세척기는 1860년대에도 제품이 나오긴 했지만 상품성이 떨어져 1886년에 미국인 조세핀 코크레인에 의해 개발된 제품을 시초로 꼽고 있다.
▲워터월(WaterWall) 식기세척기. |
삼성전자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로터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발상 전환부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워터월 기술은 식기세척기 하단(바닥면) 뒤쪽에 위치한 노즐에서 강력한 수압의 물이 분사돼 앞뒤로 움직이는 반사판에 맞아 워터스크린을 형성한다.
이는 세척기 내부 전체에 폭포수와 같은 물줄기가 골고루 쏴지는 것과 같아 기존 세척 사각지대를 잡아낼 수 있다.
이같은 혁신은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마하경영'과도 맥을 같이 한다. ′마하경영′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수년전 강조했던 경영화두로 삼성 내부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용어다.
이 회장은 지난 2006년 "제트기가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넘어가려면 일반 비행기 부품 갖고는 불가능하다. 부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마하경영론′을 강조한 바 있다.
식기세척기 개발 스토리는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는 '마하경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마하경영은 올해 삼성의 경영화두이기도 하다. 삼성 사장단은 지난해 말 열린 경영전략 세미나에서 마하경영, 초격차, CSV(공유가치창출)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늘 첨단 IT 제품에 따라붙었다. 생활가전 제품은 수명주기가 길고 소비자들이 제품에 익숙해지면서 패턴을 바꾼 신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혁신 시도가 더딘 분야이기도 하다.
이런 생활가전 분야에도 혁신 DNA를 뿌리깊게 심어야 한다는 게 삼성 수뇌부들의 생각이다.
윤 사장은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 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생활가전을 맡으면서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브랜드와 제품이 지금 30%정도 바꼈다"며 "내년에 60~70% 정도 바꾸고 2015년까지는 다 바꿀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그 중에서 사람을 바꾸는 게 가장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 포스트 갤럭시..차세대 먹을거리 고민
"삼성에는 전자와 후자가 있고, 전자에는 무선과 비무선이 있다."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사실을 빗댄 말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를 통해 다양한 혁신 제품을 선보였다. |
삼성전자가 최근 수년간 급성장을 한 가장 큰 배경은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의 성공 덕분이다.
스마트폰의 성공으로 그룹의 성장세를 견인했지만 그룹내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 더 나아가 무선사업부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진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 현상이 예상보다 더 빨리 찾아왔고 이에 따라 차세대 먹을거리를 찾지 않으면 성장세를 이어나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어느때보다 크다.
이 회장이 '마하경영'과 '위기론'을 또 다시 언급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룹의 전계열사들은 테스크포스(TF)를 구성, 경쟁 방식으로 신사업 찾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사업TF에 참여중인 한 관계자는 "여러 TF를 동시다발적으로 운영하면서 경쟁방식으로 사업을 검토한다"며 "TF에는 외부 전문가들도 자문가 형식으로 참여하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활동은 결국 고객의 가치, 나아가 인간의 삶을 바꾸려는 시도이자 영속적인 기업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의 진행형이다. /<특별취재팀=이강혁·김양섭·송주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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