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Newspim] #. 협력업체를 등쳐서 싸게 사는 것은 아니다. 그룹 각 계열사도 이익을 보고 협력업체도 살아갈 수 있도록 기술도 키워주고 자금도 도와줘야 한다.
#. 협력사 사장들이 자신의 재산과 인생을 모두 걸고 다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제대로 된 품질이 나오고 사업 경쟁력이 생긴다. 여기에 삼성의 미래가 달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두가지 발언이다. 이 발언들은 내용의 흐름상 같은 장소, 같은 시기에 한 것과 같이 생각되지만 알고보면 17년의 기간을 두고 나왔다. 바로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와 2010년 9월 이 회장이 경영 현장에서 남긴 말이다.
이 발언들이 나온 배경은 신경영 선언의 철학과 그 철학이 조직 내부에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이 회장의 강한 경고성 메시지다. 신경영 선언 이후 상생경영을 줄곧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생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특히 이 회장은 2010년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협력사 경영 진단 결과를 전해듣고 불호령을 내렸다고 한다. 우수 협력 사례도 많았지만 일부의 단가 후려치기 사례를 들어 '공존 공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나아가 그는 장기적인 동반성장 전략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이때부터 산업생태계의 선순환을 주도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다른 대기업보다 한발 빠른 상생의 실천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 상생비전 세워 협력모델 프로그램 구축
삼성전자는 이후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이 회장의 동반성장 철학을 담았다. 말뿐인 상생이 아닌 실천하는 상생의 시대로 빠르게 진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단적으로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에 따르면 동반성장 철학은 2005년 3월에 선포된 삼성 5대 경영원칙에 의거해 큰 틀과 세부원칙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5대 경영 원칙은 ▲법과 윤리준수 ▲깨끗한 조직문화 ▲고객 주주 종업원 존중 ▲환경 안전 건강 중시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은 이를 바탕으로 상생 비전(Vision)을 세웠다. 정도구매 정착과 상생협력강화, 동반성장문화 확산 등이 핵심이다.
이런 상생비전을 바탕으로 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은 재계 여러 대기업집단이 벤치마킹하는 성공적 사례로 발전하고 있다. 다양한 사례를 개선하기 위해 붙여진 상생 명칭만 봐도 삼성의 상생 의지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강하게 이루어지는지 잘 보여진다.
#. 상생펀드, 상생보증프로그램, 선진·우수기술 설명회, 협력사 기술도입 상담회, 우수 제조현장 벤치마킹, 유휴특허 기술 이전, 생산성·품질 향상 지도, 협력사 간 공급망 관리(SCM) 구축, 협력사 경영 자문단 구성, 협력사 임직원 교육, 미래 경영자(협력사 2세) 양성 지원, 동반성장 데이, 1·2차 협력사 간담회, 사이버 신문고 제도, 강소기업 육성 등.
모두가 삼성전자와 협력사, 나아가 산업생태계 전체의 선순환 구조를 염두해둔 상생전략의 프로그램들이다.
현재 이런 프로그램은 삼성전자 내 상생협력센터가 주도하고 있다. 휴대폰(IM)·반도체(DS)·가전(CE) 등 각 사업부문과 별개로 삼성전자 대표이사(CEO) 직속 조직으로 편제됐고, 부사장급(최병석 부사장)으로 조직장을 두고 있다.
또 센터는 정부의 중소기업 기술개발 및 지원 관련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강소기업 육성'..기술 발전 '선순환'
특히 프로그램 중 눈길을 끄는 것은 2011년 8월 정착된 강소기업 육성의 협력사 상생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상생의 화룡정점'이라고 부른다. 1차 협력사 뿐만 아니라 2차 이상의 협력사가 중소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가 생태계 내 성장사다리 구축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성장한 협력사들은 삼성전자와 윈-윈(win-win) 구조를 형성한다. 기술의 발전이 선순환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협력사를 키워야 하는 이유다.
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술이 공유된다. 신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제조시간이 단축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세트업체인 삼성전자의 경쟁력으로도 이어진다.
이런 협업 과정도 공유가치창출(CSV)로 해석할 수 있다. 문휘창 서울대 교수는 "대기업이 협력사들과 기술협력을 하는 것 자체도 CSV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휴대폰 사업을 예로 들며 "휴대폰 케이스 사출이 처음에는 24초가 걸렸는데 삼성 본사에서 연구해서 이를 12초로 줄이고 다시 협력사가 집중적으로 연구해서 6초로 줄이는 등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에는 2.4초까지 줄였던 사례가 있다"며 "이렇게 기술 협력을 하면서 밸류크리에이션(가치창출)이 되는데, 이런것도 CSV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강소기업 육성대상 39개 협력사 가운데 차별화된 기술력, 세계시장 지배력, 제조 역량 등을 갖춘 14개 강소기업을 별도로 선정했다. 자금 지원과 함께 또 외부컨설팅 인력을 파견해주고 기술지원 등 혁신 활동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파격적인 지원을 한다. 이 기업들에게 명시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전혀 없지만 삼성전자는 이렇게 키워낸 기업들과의 협력 과정에서 스스로도 더 강해지는 선순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향후 상생 관련 지원규모는 더 확대된다. 삼성그룹이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쓰는 돈은 5년 동안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보유한 특허를 벤처·중소기업 등에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워놨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2015년까지1차 협력사중 50개사를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및 부품 경쟁력과 직결되는 협력사 역량 제고를 통해 기업 생태계 경쟁력을 확보하는 글로벌 수준의 역량있는 강소기업 지원·육성활동을 추진했다"며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협력사까지 전파, '동반성장 생태계' 구축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강혁·김양섭·고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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