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미스터 도넛, 울워스, 팬암. 한 때 미국인들을 사로잡았던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이들은 사라졌는가. 그렇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 기존 브랜드와 제품 그대로, 혹은 다른 제품에 그 브랜드가 적용되어 재탄생해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이런 브랜드를 '좀비 브랜드(Zombie Brand)'라 부르며 소개했다.
미국에선 던킨 도너츠에 밀렸으나 일본에선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스터 도넛 브랜드.(출처=블룸버그) |
1980년대 던킨 도너츠와 함께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스터 도넛. 그러나 지금은 경쟁에 밀려 일리노이주에 한 곳의 점포가 있을 뿐이다. 1990년 던킨 도너츠 당시 오너가 미스터 도넛의 북미 점포들을 싸그리 사들였다.
그런데 이 미스터 도넛이 일본에서 살아났다. 일본의 먼지막이 옷 제조업체 더스킨은 미스터 도넛 브랜드를 도입, 식당업체로 키웠다. 현재 일본 내 점포수는 1100개가 넘는다.
ABC방송국이 팬암 브랜드를 사들여 방송했던 드라마의 주인공들.(출처=블룸버그) |
항공편은 사라졌지만 팬암 브랜드는 일본 사업가에게 팔려 현재 의류와 여행용 가방류 등으로 재탄생했다. 뉴 잉글랜드에 있는 철도 운영사 이름으로도 쓰이고 있으며 2011년엔 ABC에서 방송하는 드라마를 위해 소니에 판매되기도 했다.
싸구려 잡화점으로 잘 알려졌던 울워스는 메이시즈와 JC페니 등의 공세에 밀려 퇴출됐다. 현재는 호주에서 슈퍼마켓 브랜드로, 남아프리카에선 백화점 브랜드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과거 미국의 울워스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다만 호주 슈퍼마켓 브랜드로 사용하기 위해 미국 울워스측에 서한을 보내 인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패나(Ipana) 치약의 마스코트였던 버키 비버. 월트 디즈니에 의해 탄생된 버키 비버는 신문, 방송 등에 등장하며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버키 비버가 외치던 "브러셔(Brusha), 브러셔, 브러셔"란 말도 미국인들에게 친숙해졌다. (관련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LhuSlv0dc5o)
그러나 곧 등장한 콜게이트 팜올리브, 프록터 앤 갬블(P&G) 등과의 경쟁에 밀리고 말았고, 아이패나 브랜드를 갖고 있던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BMS)은 1960년대 미국 내 판매를 접고 만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현재 아이패나 치약은 터키에서 팔리고 있다. 판매는 P&G가 터키 업체와의 합작사를 만들어 하고 있다. BMS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아이패나는 현재 터키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치약인데, 특히 '브러셔'가 터키 말로 '칫솔질 하다'란 뜻인 것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정보기술(IT) 업계에도 이런 예가 있다.
스프린트의 등장 전까지만 해도 미국 내에서 워키토키 스타일의 전화기를 가지고 인기를 끌던 넥스텔. 2005년 스프린트에 인수된 이후 미국 내에선 넥스텔이란 단독 브랜드가 없어졌지만 남미에선 아직 사용된다.
음원 공유 서비스를 제공했던 냅스터는 저작권 문제 등으로 고전하다 2008년 베스트 바이에 팔렸다. 이 때까지만 해도 냅스터 인수는 오히려 비용에 가까웠다. 2011년엔 이를 다시 랩소디 인터내셔널이라는 소프트웨어 제조사가 인수하는데 유럽 등에서의 판매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냅스터란 브랜드 인지도가 영국이나 독일 등에서 높고 미국에서처럼 악명이 드높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경기 사이클이나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 인수합병(M&A) 등에 의해 퇴출된 유통업체나 제조업체 브랜드는 이렇게 다른 나라, 특히 이머징 마켓에서 새로운 브랜드로 재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 컨설턴트 롭 프란켈은 "미국 밖에 있는 사람들은 미국인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면서 "그들은 따라서 미국의 것을 사려고 한다. 청바지에서부터 MTV에 이르기까지 수입을 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미국의 없어진 브랜드도 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