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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성장 정체로 디플레 위기감 부각

기사등록 : 2014-02-1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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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정체에 선진국도 일본식 디플레이션 우려

[뉴스핌=노종빈 기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선진국 금융당국 수장들이 올해 내내 디플레이션 위기에 맞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향후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을 처음 언급하고 나섰다. 반면 옐런 의장이나 드라기 총재는 아직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본격화된 문제로 인식하지는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6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글리동결을 결정한 통화정책 결정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질의 사항에 대해 응답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 신흥국 성장 정체…상품 시장 부진 지속

최근 글로벌 경제에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고 있는 주된 배경은 신흥국들의 성장이 당분간 정체될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상품시장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 역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신흥국 통화의 약세를 부추겨 글로벌 경제 전반의 물가 하락 압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옐런 의장이나 드라기 총재는 당분간 정책방향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예상보다 긴 양적완화 상황이 지속되면 선진국의 금융자산을 중심으로 버블이 형성될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미국 연준 연구원 출신의 로베르토 페를리 코너스톤매크로 파트너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필요 수준보다 더 오래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게 되면 결국 디플레이션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미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으로 지난해 1년간 선진국 경제를 추종하는 MSCI 세계지수는 17% 상승한 반면, MSCI 신흥시장 지수는 10% 하락한 바 있다.

◆ 선진국, 물가하락 압력…신흥국, 통화가치 방어

미국의 물가하락 압력은 생필품 가격 변화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기저귀와 위생용티슈를 제조판매하는 킴벌리클라크는 지난해 4분기 북미지역 판매가격이 직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 하락했다고 밝혔다.

토마스 포크 킴벌리클라크 CEO는 "항상 남들보다 더 경쟁력있는 가격을 제공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 GDP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신흥국들 가운데 브라질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자국통화 가치 방어를 목적으로 한 금리 인상을 결정한 상황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에 따르면 여기에 한국과 헝가리, 말레이시아 등도 올해 말까지 금리를 인상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흥국들의 원자재 수요 부진으로 인해 상품가격은 약세 흐름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경제의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칼라 마르쿠센 소시에테제네랄 글로벌 경제부문 대표는 "글로벌총생산(GDP)에 대한 신흥시장의 기여가 낮아질 경우 이는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선진국, 과거 일본식 디플레이션 우려감

옐런 연준의장은 지난 11일 의회 청문회에서 "가격 부분의 약세 흐름은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며 "신흥 시장의 불안감은 미국의 경제 전망에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드라기 ECB 총재 역시 지난 6일 유로존의 1월 인플레이션이 0.7% 수준에 불과하다는 소식에도 불구 아직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바클레이스의 시장 전략가들은 드라기 ECB 총재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이 과거 일본식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ECB의 강도 높은 긴축 정책으로 인해 주변국들의 예산이 축소됐으며 은행들의 대출 여력 확대 효과 역시 아직은 큰 변화가 없다고 풀이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20개 주요 신흥국 통화 지수는 지난해 9%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달러화 가치는 4% 상승했다. 또한 지난 1월 미국의 수입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5% 하락했다.

◆ 중국 수요 부진에 글로벌 상품가격 약세

글로벌 상품시장 흐름은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와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중국은 글로벌 상품시장에서 곡물과 면화, 철광석 등의 최대 수입국이나 최근 수요가 크게 둔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닉 쿠니스 ABN암로은행 매크로리서치부문대표는 "중국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으로 중국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상품시장 약세 흐름이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중국이 연착륙하더라도 수요패턴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따라서 상품 가격은 더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연준도 물가 하락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일단 미국의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개인소비자 물가지수는 올해 1.2% 상승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지난 1995년 이후 최저치였던 2009년 수준과 동일한 기록적인 약세다.

또한 상품과 서비스 등 물가 측정 품목 27개 가운데 18개가 최근 2년래 최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필립 구딘 바클레이스 유럽경제부문 리서치 대표는 "ECB 역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3월 ECB가 0.25%(p)포인트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으며, 또한 신흥시장의 위기 심화 등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나면 ECB가 양적완화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올해 美 금리인상 가능성 낮아

올해 중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 경제 전문가들의 수도 여전히 많지 않은 수준이다.

올해 말 이전 연준의 금리 인상을 예상한 시마즈 히로키 일본 SMBC닛코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올해 9월까지 테이퍼링을 통한 양적완화 축소를 중단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미국 경기가 지속적으로 회복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해 하반기중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블룸버그가 집계한 79명의 전문가 가운데 올해 중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는 전문가는 두 명에 불과하며, 시마즈 이코노미스트를 합쳐 3명에 불과하다.

미국 연준 정책위원들은 올해 말까지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1.5% 수준을 기록한 뒤 물가상승목표치인 2%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 기준, 연준 위원 대부분이 내년 중 금리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마이클 핸슨 뱅크오브아메리카 미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 전반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하향) 압력이 가중하고 있다"며 "이는 처리돼야 할 잉여 자원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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