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가 최악의 유혈사태로 치닫자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사태 진정을 위해 제재안 도입에 나섰다.
유혈사태는 우크라이나 여야가 휴전에 합의한지 하루만에 발생했다. 미국 CNN과 USA투데이 등은 20일(현지시각)부터 이어진 경찰과 반정부 시위대 간 충돌로 사망자수가 최소 10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수도 키에프 인디펜던스광장에 21구의 시신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인 키에프포스트도 발견된 시신이 최소 35구에 이른다고 했다.
경찰과 반정부 시위대 간 충돌이 벌어진 우크라이나 키에프의 인디펜던스광장. [사진 : AP/뉴시스] |
우크라이나 사태가 계속 악화되는 기미를 보이자 EU는 즉각 제재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EU 외무장관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정부 관료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EU국가 입국을 금지시키는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정부 관료 20명의 입국 비자를 취소하는 등 먼저 제재에 나섰으며 관련인물들의 자산 동결을 진행 중이라고 CNN이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밝혔다.
EU 외무장관들은 동시에 우크라이나 정부와 유혈사태를 중단시키기 위한 대화를 지속할 여지가 있다는 뜻을 천명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불과 이틀 동안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들이 발생하면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체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며 "제재 범위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행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독일, 폴란드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협상에 나섰다. 캐서린 애쉬튼 EU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폭력사태의 규모에 충격을 받았다"며 협상을 위한 이들의 행보를 치하했다.
반면 러시아는 EU의 제재 및 협상 행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제재 위협은 협박이나 다름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쉐비치 외무부 대변인도 "이런 식의 재제 위협은 부적절할 뿐더러 사태를 호전시키는 대신 갈등만 더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정부가 EU와의 협력협정 체결 협상 중단을 선언한 후 이에 반발하는 야권 중심의 반정부 시위는 이로서 3개월째 접어들었다.
현 정권은 동부지역을 기반으로 친러시아 성향을 띠고 있지만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야권 반정부세력은 뚜렷한 친서방 성향을 보이며 반목과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시위가 서방 대 러시아의 대리전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