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달아 오르고 있는 서울 강남 주택시장이 유탄을 맞나?
정부가 주택담보 대출 방식 가운데 고정금리 및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율을 높여나가기로 해 최근 재건축 예정단지를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는 주택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남권은 주택 마련을 위한 대출 규모가 상대적 커 금리 변화에 민감한 데다 변동금리와 거치식 대출보다 초기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을 구입할 때 고정금리 및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강제할 경우 강남권 주택 구매력이 하락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고정금리 및 비거치식 대출 확대는 강남권 주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주요 강남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은마아파트 |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인근 21세기 공인중개소 사장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보통 대출 비중이 30~40% 수준이다”며 “초기 비용을 줄이고 향후 가치를 보고 매입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고정금리 및 비거치식 분할상환으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주택 구매력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변동금리와 거치식 대신 고정금리, 비거치식 분할상환으로 돈을 빌리면 대출자의 부담이 한층 높아진다.
KB국민은행(28일 기준)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4.28~4.69%, 변동금리는 3.18~4.59%로 최저 구간이 1.1%포인트 차이다. 최저 금리로 4억원 대출을 받았을 경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연간 이자는 각각 1712만원, 1272만원이다. 이 금리는 신용등급 5등급 이내 구간. 또 우대금리가 포함된 것으로 이 기준을 벗어나면 이자 부담은 더욱 높아진다.
비거치식 분할상환도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으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최저 금리 기준으로 10년 만기 비거치식 분할상환(고정금리)으로 4억원을 빌리면 대출자는 원금과 이자로 매월 410만원을 갚아야 한다. 당장 시세차익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대출 상환에 대한 압박이 큰 셈이다.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인근 초록공인중개소 실장은 “10년 넘게 중개업소를 운영했지만 매입자가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이용한 비율이 10% 남짓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말처럼 이를 40%까지 높이면 대출 받기가 어려워져 주택 거래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가 연초대비 2000만~3000만원 오른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얘기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거치식 대출은 원금 상환이 3~5년 유예되기 때문에 주택 구입자에게 상당히 유용한 상품”이라며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은행권이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강제할 경우 고가 주택 거래량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이번 대책으로 고액 대출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가계부채 건전성을 확보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시장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변동금리·거치식과 고정금리·비거치식을 절충하는 대출 상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라며 “실수요자들은 디딤돌 및 공유형 모기지 대출 등 금융지원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투기 수요가 억제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와 달리 주택 시세차익이 크지 않아 대출금 일시상환에 따른 리스크(위험) 부담이 줄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