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국가대표 프리미엄 상품들이 잇따라 몸값을 낮추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경영실적을 좌우하는 '갤럭시S'와 '쏘나타' 얘기다. 고기능, 고품격의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워 가격인상 정책을 가져가던 이전과는 다른 행보여서 눈길이 쏠린다.
소비자들이 파격적인 기능을 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시대가 지나간데다 포화상태인 시장도 이런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스팩의 상향 평준화까지 진행되면서 스팩경쟁보다는 가격경쟁 체제를 본격화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고객 관점의 프리미엄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충분한 기간의 기술개발이 축적된 상태이고 시장에서의 브랜드화도 높게 형성된만큼 몸값 낮추기에도 불구하고 원가경쟁력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성능 무장한 신형쏘나타..가격 "사실상 제자리"
현대차는 안전성과 편의사양, 주행성능을 대폭 강화한 7세대 모델 신형쏘나타(프로젝트명 'LF')를 24일 출시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중형 세단의 개발'을 목표로 총 4500억원이 투입된 야심작이다.
6세대 모델에 비해 고강력 강판을 기본으로 채용하는 등 안전성을 크게 높였다. 기존 모델에 21%만 적용하던 '초고장력 강판'(AHSS)을 51%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차체 크기도 늘렸다. 힐베이스는 기존보다 10mm 늘어난 2805mm다. 실내공간이 넓어졌고 트렁크 용량도 462L로 동급 최대 수준이다.
편의사양도 대폭 강화했다. 차간 거리 조절은 물론 자동 정지 기능까지 지원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과 '전방추돌 경보 시스템(FCWS)'을 국내 중형차 최초로 적용했다.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도 장착됐다.
그러면서 연비는 1.7%나 향상시켰다. 탑재된 엔진은 모델에 따라 가솔린 누우 2.0 CVVL, 가솔린 세타Ⅱ 2.4 GDi, 누우 2.0 LPi 등 3종이다. 가솔린 누우 2.0 CVVL 엔진의 경우 최대출력 168마력에 최대토크 20.5kg·m를 실현하고 공인연비가 리터당 12.1㎞다. 세타Ⅱ 2.4 GDi 엔진 차종은 최대출력 193마력, 최대토크 25.2kg·m, 연비 11.5km/ℓ다.
이처럼 신형쏘나타는 기존 모델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가격은 100만원도 되지 않게 올랐다. 국내 판매가격은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2.0 CVVL 모델이 ▲스타일 2255만원 ▲스마트 2545만원 ▲프리미엄 2860만원이며, 2.4 모델은 ▲스타일 2395만원 ▲익스클루시브 2990만원이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 저가형은 45만원, 주력 프리미엄 모델은 75만원의 가격 인상이다. 전반적으로 높아진 사양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격을 낮춘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9년에 나왔던 YF에서 5년 가까이 지나 새모델을 내놨는데 인상은 75만원 수준"이라며 "고강력 강판 등 기본적으로 가격인상 요인이 많지만 고객의 가격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사실상 가격은 제자리"라고 설명했다.
국내 내수부진 여파를 고려한 조치이자 고객 관점의 맞춤형 프리미엄 전략으로 가격정책을 가져가겠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각 국가의 세금 문제 등 변수는 다양하지만 이런 가격정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틀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현대차 내부의 전언이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쏘나타는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한 효자 모델이자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온 대표 모델"이라며 "국내를 넘어 전세계 중형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갤럭시S5, 본연의 기능에 초점..80만대 가격경쟁
삼성전자도 비슷한 맥락에서 새 전략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5를 내놓을 예정이다. 아직 국내 및 글로벌 시장 전반적인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대만에서 80만원대로 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모델보다 15만원 넘게 가격을 내렸다. 대만 출고가는 16GB 모델이 2만2800 대만달러(한화 80만원), 32GB 모델은 2만3800 대만달러(한화 84만원)이다.
갤럭시S5의 이같은 가격정책이 가능한 것은 철저하게 고객 관점의 기능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사장은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MWC2014에서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본연의 기능에 중점을 둬 완성했다"고 말했다. 잘 쓰지 않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 '혁신을 위한 혁신'의 기능들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고객이 필요로하는 기능'에 충실하게 스팩을 높였다는 얘기다.
이는 바꿔보면 아예 제품 기획단계부터 합리적인 가격을 염두해 뒀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내부의 한 관계자는 "갤럭시S4와는 만드는 방식부터 다르고 디스플레이 등 핵심부품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으면서 마진을 높였다"고 귀띔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유럽시장 등 일부 선진시장에서는 갤럭시S4 수준의 가격정책을 가지고 고가경쟁을 지속할 것으로 전해졌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갤럭시S5의 원가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는 점에서 탄력적인 가격 정책을 활용한다면 올해 출하량은 시장 예상치(4500만대)를 충분히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가경쟁보다는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