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천연가스 거래를 둘러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9일(현지시각)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중단을 공식 선언하자 러시아는 앞으로 선불로만 가스를 공급하겠다고 맞대응했다.
러시아는 이달 1일부터 우크라이나로 공급하는 천연가스 가격을 종전 268.5달러(1000㎥당)에서 485.5달러로 80% 이상 인상했다. 지난해 말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합의했던 할인안을 무효로 돌린 것이다.
여기에 크림반도에 러시아 흑해함대를 주둔시키는 조건으로 제공했던 할인 혜택도 폐지시켰다. 나름의 자리세 명목으로 제공했던 셈인데 크림반도 병합으로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진 까닭이다.
우크라이나의 수입 중단도 이런 연유에서다. 유리 프로단 에너지·석탄산업부 장관은 "러시아가 설정한 가스 가격에 동의할 수 없다"며 수입 중단 이유를 밝혔다. 다만 그는 1분기 가격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선불로 천연가스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선불이 아니면) 우크라이나에 수십억달러를 지원해주는 셈"이라며 "이 같은 지원이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 결정은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 등과 추가논의를 거친 후 내릴 것이라고 밝혀 향후 협상 여지를 남겨 두었다.
전문가들은 당장 러시아산 가스공급이 중단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상황이 어려워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콩코드 캐피탈 알렉산더 파라스치 연구원은 "지난해처럼 폴란드와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공급한다면 러시아 가스 없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