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최주은 기자]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전면적 구조조정 배경이 지배구조개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 및 제조사 계열의 지분정리 및 계열사 합병과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1막이 올랐고, 구조조정 등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2막도 시작됐다는 시나리오다.
이 출발점은 지난해 삼성의 금융과 제조사 지분에 대한 교통정리 이후부터 금융계열사의 이례적 규모의 구조조정이 시작된 데 있다.
◆ “삼성생명 1000명 인력 조정 검토, 이례적 수준”
우선 삼성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은 약 1000명 내외의 직원 이동과 감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밝힌 5본부 4실 50개 팀에서 3본부 5실 40개 팀으로 축소하고 임원은 20% 감축한다는 계획의 추가 내용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저성장·저금리 추세가 장기 지속할 것이라는 판단에 영업 현장 지원 강화의 일환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선제 대응 차원의 조직개편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는 반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봤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상당하다”며 “여기다 고객플라자 자회사 분사는 금융당국의 정책과 반하는 내용일 수 있어 리스크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감원 계획 인원 수를 뺀 채 구조조정안을 11일 밝혔다. 겨우 근속 3년 차 직원부터 희망퇴직을 시행키로 한 것은, 구조조정이 쉬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놀랄 수준이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이 “절체절명”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그럼에도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은 것은 백지수표식 구조조정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카드는 올 초 콜센터 분사와 함께 1300여 명의 직원을 줄였다.
◆ “지주회사 전환시 현물출자 용도위해 자회사 지분가치 늘어야”
이 같은 대폭적인 구조조정과 지난해 말 금융계열사의 지분구조 조정과 맞물려 삼성 지배구조 변환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되는 것이 유력한데, 인적분할 없는 지주사 전환은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올려 보유지분의 평가금액을 크게 향상시키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금융계열사만 봐도 분산됐던 지분이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교통 정리되고 있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를 순환출자로 지배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갖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 각각 3.81%, 2.54%, 0.03%를 사들여 보유지분을 34.41%(종전 28.02%)로 늘렸다. 삼성카드는 삼성 금융계열사 중 30% 이상의 지분을 모회사가 보유한 첫 번째 자회사가 됐다.
현재 금융지주회사는 상장사 지분율 30%를 초과하는 회사를 보유하면 자회사로 편입시킬 수 있다. 지배구조 핵심인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삼성그룹은 생명의 지분을 처분하지 않아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금산분리 원칙이 적용됐다면 삼성생명 지분을 팔아야 한다. 삼성생명이 제조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매입한 이유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환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나머지 금융계열사 지분을 30%까지 늘리면 금융지주회사 체계가 완성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약 3조원의 자금이 필요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의 보유지분은 삼성증권 11.14%, 삼성화재 10.36% 등이고 삼성화재는 삼성증권의 지분을 8.02% 갖고 있다.
결국 지배구조 개편 시발점이 기업을 쪼개는 인적분할이 아니라면 지주회사 전환에 엄청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올려 현물출자 용도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야만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의 핵심은 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돼 삼성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고, 자녀들에게 회사분할이 가능하다. 지배구조 개편 시발점이 기업을 쪼개는 인적분할이 아니라면 지주회사 전환에 엄청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올려 현물출자 용도로 활용해야 할 이유다.
◆ “금융계열사 실적 부진에, 강력한 카드 꺼낼 수밖에 없을 것”
하지만 지배구조 변환과 별개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0년 금융계열사의 수익성 악화와 방만한 경영상황을 보고받고 진노한 바 있다. 이후 금융계열사들은 경영효율화를 추진해왔지만 증권과 신용카드업의 성장 정체로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결국 과감한 구조조정밖에는 없다는 풀이다.
게다가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삼성생명 박근희 부회장은 선임된 지 1년 만에 물러나 삼성사회공헌위원회로 자리를 이동해야 했고, 삼성전자 인사정책의 핵심 두뇌이던 원기찬 사장은 삼성카드 사장으로 옮겼고 삼성화재 대표이사도 전격적으로 교체되는 인사 폭풍이 불었던 바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그룹의 경영평가와는 무관하게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