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이강혁 기자] 삼성생명이 추진 중인 조직 개편과 인원 감축에 대해 회사 측은 '인력재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구조조정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수익성 위주의 사업 전환을 구조조정을 통해 선제 실행한다는 시각이다.
장기 근속자에 한하던 대상이 광범위해지고 규모가 커진 것도 이런 시각의 원인이다.
또 전환 배치가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여부와 임직원 정착이 제대로 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 구조조정으로 임직원…삼성생명<삼성화재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12월 기준 삼성생명의 임직원 수는 6218명, 삼성화재는 5406명이다. 같은 기간 자산 규모는 삼성생명이 192조9492억5000만원으로 삼성화재 49조4419억8400만원에 비해 4배 가까이 많다.
삼성생명은 이번 인력 조정으로 약 1000여명을 감축할 방침이다. 따라서 자산규모는 4배 가까이 차이 나지만 임직원 수는 삼성화재가 삼성생명보다 많아질 수도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8일 수익성 중심으로의 전환을 위해 인력 재편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임직원 500~600명을 고객서비스 자회사 부문으로, 400~500명은 관계사로 이동하게 하거나 전직 지원 신청을 받는다.
회사 측은 저금리 저성장 기조에 선제 대응하는 측면이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선 대상이 많고 규모 또한 커지는 추세이고, 자구노력을 인력 구조조정 중심으로 시행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전환배치…정착여부는 ‘글쎄’
삼성생명이 인력 재편 방법으로 삼성전자나 삼성화재 등 그룹사 이동을 밝혔지만, 정착 여부에 대한 관심 또한 쏠리고 있다. 인력에 비해 일할 곳이 적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필요 인력을 유동적으로 유지한다”며 “인력이 필요하면 받지만, 상시 구조조정 체제상 인력을 배치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환 배치의 경우 희망자가 1~5지망을 쓰는데 결정은 해당 회사에서 한다”며 “원하는 곳에 소속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본사에 자리가 있는 경우 본사 배치가 되지만 없는 경우 지방 근무를 제안하기도 한다”며 “대부분 본사가 아닌 관계사로의 이동을 꺼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자연스럽게 사직으로 이어진다”며 “수백 명의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정착 가능성이 사실상 적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 삼성화재, 계열사 인력 흡수→방출 ‘도돌이표’
삼성화재 전환 배치 효용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화재는 삼성증권의 일부 인력을 한차례 흡수한 바 있다. 1년이 지나지 않은 현재 삼성생명의 인력을 또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삼성의 경우 구조조정 시 계열사에서 인력을 흡수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삼성증권의 인력 배치 직후 창업지원 휴직제 신청을 받는 등 인력 축소를 시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계열사 전환배치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생명 인력 재편안 발표는 사실상 구조조정이나 다름없다”며 “무리한 인력 감축을 시도하면 인력을 흡수하는 한편 또 다른 형태로 방출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상반기 그룹 공채 인원이 4000~5000명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400여명의 전환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자회사 이동, 전환배치, 전직 지원 등 수치를 생각하면 구조조정은 아니다”라며 “효율성을 위한 인력 재편으로 봐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