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필두로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를 맞았던 미국 경제가 2009년 6월 이후 58개월에 이르는 팽창을 기록,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오랜 회복을 보이고 있지만 그 강도는 현대 경제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회복이 미약한 데는 높은 세율부터 눈덩이 부채와 정책 방향 등 다양한 원인이 자리잡고 있지만 무엇보다 금융위기의 여파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사진:신화/뉴시스) |
◆ 실업률-성장률 과거 회복기보다 부진
미국 경제는 침체를 탈피한 뒤 연 평균 1.8%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과거 3차례의 팽창기 당시 기록한 성장률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두 자릿수에 달했던 실업률이 가파르게 하락했지만 3월 실업률 6.7%는 과거 경기 팽창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과거 1990년대와 2000년대 경기 회복기 당시에는 실업률이 5% 아래로 떨어졌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실업률이 추가 하락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낙폭이 완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9년 침체를 벗어난 뒤 미국 경제의 팽창 기간이 과거 평균치를 훌쩍 넘는 기록이지만 회복의 강도가 미약하다는 지적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스탠포드 대학의 로버트 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또 다른 침체를 맞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회복이 지극히 미약하고, 경기가 쉽게 악화될 수 있다”며 “기준금리가 이미 제로 수준인 만큼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 부양을 위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미국 경제는 점진적인 회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정책자들은 적어도 2016년까지 팽창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17년까지 경기 팽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8년 6개월에 걸친 회복으로, 1960년대와 1990년대를 제외하고는 이 같은 장기간의 팽창을 기록한 사례가 없었다.
◆ 묵은 악재와 새로운 불확실성
이번 경기 회복이 미약한 데 대해 미국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의 높은 세율과 금융 규제 및 천문학적인 공공 부채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가 여전히 실물경기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하버드 대학의 카르멘 레인하트 이코노미스트와 켄 로고프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가 다른 원인에서 비롯된 경우에 비해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외부 여건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어 미국 경제 회복에 커다란 부담을 가하고 있다고 업계 전문가는 지적했다.
중동과 동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글로벌 경기를 압박하는 한편 미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RBS 증권의 오메어 샤리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벼랑 끝 위기에서 구출한 미국 경제를 연착륙 시킨다 하더라도 지극히 완만한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