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 가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유로화를 최소한 15% 평가절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ECB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2일(현지시각) 하버드대학 마틴 펠드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유로화의 대규모 평가절하가 유로존 경제의 구조적 문제 중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로화 가치가 15% 가량 떨어지면 주요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향상, 무역 수지가 개선되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수입품 구매를 줄이고 국내 상품의 소비를 늘려 전체 GDP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진단이다.
지난해 4분기 유로존 경제는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또 3월 실업률은 11.8%에 달한 상황이다.
펠드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올해도 유로존 경제가 강한 성장 동력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성장률이 1%를 간신히 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해서도 강하게 경고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연율 기준 0.7% 오르는 데 그치는 등 유로존 경제가 작은 충격에도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여지가 높다는 얘기다.
최근 2년간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5%에 이르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수입품 가격이 하락,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더욱 높이는 실정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최근 수년간 이어진 유로화 강세 흐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나 미국식 양적완화(QE) 가능성 모두 유로화를 떨어뜨리지 못했다.
펠드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 평가절상이나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QE는 해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도 QE가 달러화와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업계 이코노미스트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탠더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케네스 딕슨 디렉터는 “유로존의 상황은 일본과 다르다”며 “설사 QE로 유로화를 떨어뜨린다 하더라도 엔화만큼 평가절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펠드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은 직접적인 시장 개입 뿐”이라며 “유로화를 팔고 바스켓을 구성하는 다른 통화를 사들이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