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뉴욕증시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지금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주목하고 있는 종목은 무엇일까?
지난 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손 인베스트먼트 콘퍼런스(Sohn Investment Conference)에 참석했다면 이미 그 해답을 얻었을 것이다.
올해로 19번째를 맞는 손 인베스트먼트 콘퍼런스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투자 모임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매니저들. 사진: AP/뉴시스] |
◆ 저평가 종목 많다…패니메, 가즈프롬, 피아트 등 관심
퍼싱스퀘어의 빌 애크먼 회장은 미국의 대표적 모기지업체인 패니메를 추천했다. 애크먼 회장은 미국 의회가 패니메를 청산하기보다는 부실을 털어내고 사업구조를 개선해 새 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패니메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막대한 손실을 입고 국영화됐다.
그는 특히 패니메가 지난 80년간 모기지 관련 사업에서 축적한 노하우가 상당하다고 강조하며, 현재 장외시장에서 4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패니메 주가가 보수적으로는 23달러, 최고 47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 투자전문지인 그랜츠인터레스트레이트옵저버(Grant's Interest Rate Observer) 제임스 그랜트 편집인은 최근 서방의 제재 우려로 인해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러시아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랜트 편집인은 특히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업체인 가즈프롬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길가에 피가 낭자할 때가 투자 적기"라는 19세기 대자본가 배런 로스차일드의 말을 인용하며 가즈프롬의 상당수 결함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으며, 현재 주가 수준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가즈프롬은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생산업체다.
포인트스테이트캐피탈의 자크 슈라이버 회장은 국제유가 하락에 베팅하라고 조언하며 미국과 국제시장의 원유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 정유사에 투자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국제유가가 향후 수분기 동안 급락세를 띨 것이라며 유가 하락에 베팅함과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발레로에너지, 마라톤석유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이 외에도 유럽의 거대 케이블TV업체인 리버티글로벌, 이탈리아의 자동차기업 피아트, 신용평가사 무디스 등이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선호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 기술주 '거품'·부동산 재하락 '경계'
물론 이날 콘퍼런스에서 '매수' 의견만이 제시된 것은 아니다. 일부 종목과 상품에 대해선 '매도' 의견도 나왔다.
헤지펀드인 그린라이트캐피탈의 데이비드 아인혼 회장은 기술주 거품론을 내세우며, 최근 기술주 거품의 대표적 사례로 의료정보회사인 아테나헬스를 지목했다.
아인혼 회장은 지난 2012년 11월 이후 120% 가량 폭등한 아테나헬스 주가가 최근 고점 대비 80%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실망스런 실적을 기록한 아테나헬스의 주가가 거품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혼 회장의 견해가 알려지며 지난 7일 아테나헬스 주가는 15% 급락하며 주당 108달러에 거래됐다. 하지만 이 회사 주가는 지난주 후반 소폭 반등에 성공하며 113달러로 한주 거래를 마쳤다.
아인혼 회장은 이미 투자자들에게 보낸 레터를 통해 "15년 만에 두 번째 기술주 거품이 일고 있다는 데 대한 분명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거품이 얼마나 더 커질지, 무엇이 거품을 터뜨릴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힌 바 있다.
더블라인캐피탈 제프리 군드라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 주택 가격의 재붕괴 가능성을 지적하며, 건설업체 등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SPDR S&P Homebuilders ETF)에 대한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채권 투자 전문가인 군드라흐 CEO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긴축 움직임으로 인해 금리가 오르면 주택 수요가 다시 급감할 수 밖에 없다며 주택 가격이 새로운 저점으로 떨어질 것에 대비해야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생애 첫 주택 수요자인 젊은층이 금리 상승세에 밀려 주택 구입보다는 임대를 선호하는 게 새로운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며 "생애 첫 주택 구입자는 도대체 어디에 있냐"고 반문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