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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창출보단 비용축소'...갈곳없는 증권맨들

기사등록 : 2014-05-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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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간 갈등 고조돼

[뉴스핌=이영기 기자] 수익창출이 어려워진 금융투자업계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여의도에서는 갈 곳 없는 증권맨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1일 대신증권 노조가 회사 정문앞에서 시위하는 장면
이에 부당해고를 이유로 경영진을 고소하기도 하고 거리에서 구조조정 반대 시위도 벌이는 등 노사간의 갈등도 함께 고조되는 양상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임직원수는 IMF외환위기시 2만2000명대, 2005년에 2만9000명대에서 지난 2011년 4만4000명대로 최고 수준이었다.

이후 인력이 줄기 시작해 올 1분기에는 3만8000명선으로 지난 2008년의 4만명 수준 아래로 내려왔다. 그간 크게 두 번의 인력 사이클이 있었던 셈이다.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한 한 증권사에서는 직급이 대리인 Y씨(35세)가 동료들의 부러워하는 눈길을 받으면서 회사 책상을 정리하고 떠났다. 그의 입사연도는 2008년으로 7년전이다. 7년은 여의도 증권가의 인력 사이클과 거의 맞아 떨어진다.

그의 같은 회사 한 동료는 "인력이 늘어날 때 들어와 인력이 다시 그때 수준으로 떨어지는 순간 그는 희망퇴직을 선택했다"면서 "지금 견디어도 앞으로 7년 후에 갈 곳을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과감하게 떠나는 그가 부럽다"고 말했다.

이 동료는 "아직은 늦지 않기 때문에 보험계리인이라는 전문직 자격을 준비한다고 들었다"고 Y씨의 계획을 전했다.

하지만 최근 여의도 증권맨들의 일반적인 분위기는 이와는 판이하다. 희망퇴직을 선택하지만 막상 다른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에 신경쓰는 노동조합은 인력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의 잘못된 과정을 문제삼고 있다.

전날 희망퇴직 412명을 확정한 우리투자증권 노조는 희망퇴진 신청과정에서 직원들을 강제로 퇴직시키는 '찍퇴(찍어서 퇴직시킴ㆍ강제퇴직)'가 있었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재진 노조 위원장은 "신청 마감일을 하루 전 지난 20일 회사에서 아웃도어세일즈(ODS)를 신설하고 64명을 발령냈는데 이중 3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해서 나갔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지난 20일 강제성 없이 희망퇴직을 시키기로 했는데 이를 어겼다며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경영진을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고소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오는 30일까지 받고 있는 대신증권도 노조가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노조원들은 지난 21일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희망퇴직 실시는 경영실패에서 기인한 적자문제를 직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노조는 매주 2회씩 다음달 14일까지 퇴근 후 1시간씩 집회를 하는 방식으로 한달여 동안 단체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올해들어 동양증권·삼성증권·NH농협증권·하나대투증권·우투증권 등의 희망퇴직자 수는 약 1700명대다.

앞으로 대신증권과 M&A를 앞둔 증권사의 인력조정까지 고려하면 희망퇴직자 수는 2000명대를 넘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주기적인 인력구조조정에 대해 한 전문가는 "일단은 점포조정 등을 거치고 다음으로 인력조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인력조정에만 기댄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투자업계가 수익창출보다는 비용축소에 더 의지하는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은행의 경우 스페인의 산탄데르 등이 경기사이클에 맞춰 대손충당금 적립정도를 달리하면서 경기에 대응하듯이, 인력 구조조정도 7년 주기를 보다 완만하게 해 충격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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