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중국 정부가 20년 만에 지방정부의 자체 채권 발행을 허용한 가운데, 중국 지방정부의 신용도 평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중국 신용평가회사인 펑위안크레딧레이팅(PENGYUAN CREDIT RATING)이 각 지방정부가 공개한 자료를 기초로 조사한 결과,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선전(深圳) 및 칭다오(青島)의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23일 보도했다.
펑위안크레딧레이팅은 △ 지방정부의 재정수입과 재정지출 삭감 능력 △ 자금 유동성 △ 중앙과 상급 정부의 지원 등을 주요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베이징·상하이·선전·칭다오의 4개 도시 신용등급이 AA+ 이상으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중국 재정부는 최근 재정과 관리 상황이 양호한 10개 시범지역의 채권 자체 발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지방채 발행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상하이(上海)·저장(浙江)·광둥(廣東)·선전(深圳)·장쑤(江蘇)·산둥(山東)·베이징(北京)·장시(江西)·닝샤(寧夏)·칭다오(青島) 정부는 올해 총 1092억 위안 한도 내에서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베이징시는 22일 지방채 시범지역 가운데 가장 먼저 지방채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베이징이 재정부로부터 할당받은 지방채 발행 한도는 105억 위안으로, 환경개선과 교통시설 확충을 위해 각각 55억 위안과 39억 위안을 지방채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지역 이외의 지방은 중앙정부가 지방채를 대신 발행한다.
지방채는 시장에 유통이 가능한 전자채권으로 발행 후 전국 은행 간 채권시장과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된다. 이 때문에 채권을 발행할 지방정부의 신용등급 책정이 중요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정부는 22일 시범지역 지방채 발행 허용방안을 발표하면서, 적합한 신용평가기관을 선정해 시범지역 정부의 신용등급을 책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지방정부 신용등급 평가가 진행되기에 앞서 자체조사를 벌인 펑위안크레딧레이팅은 "이번에 선정된 지방채 발행 시범지역의 신용상태는 대체로 우수한 편이었다"며 "지방정부 신용평가에 있어서 중요한 지표는 상환능력이 아니라 자금 유동성"이라고 강조했다.
즉, 지방정부의 재융자 능력과 국유자산의 현금화 능력이 신용등급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소라는 설명이다.
펑위안크레딧레이팅의 관계자는 "중국 대다수 지방정부는 상당 규모의 국유자산과 국유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방정부의 국유자산 현금화 능력은 채무 상환 능력과도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1994년 이후 지방정부의 채권 직접발행을 금지하고, 중앙정부가 지방을 대신해 채권을 발행해 왔다. 이 때문에 자금 조달에 한계를 느낀 지방정부는 지방정부투자기관(LGFV)를 세워 편법으로 차입했고, 이는 중국 그림자금융 규모를 키우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