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금융당국의 파생상품시장 발전 방안이 자본시장 업계에 적잖이 충격을 주고 있다. 개인투자자 참여를 제한하고, 은행의 직접 거래를 허용함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7일 금융위원회는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에서 앞으로 장내 파생상품시장에는 3000만원 이상 예탁한 소위 '적격 개인투자자'들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증권사에만 국한돼 있었던 국채와 외환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 거래를 은행도 직접 할 수 있게 풀어줬다.
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한 증권업계에선 한 마디로 '설상가상'이란 반응이다. 우선 은행의 직접 거래 허용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했다.
A증권사 관계자는 "좀 더 자세히 봐야 하겠지만, 일단 맨 먼저 드는 생각은 선물사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라며 "은행이 직접 자기매매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선물사의 중개를 거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증권사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선물사를 따로 두지 않은 증권사는 라이선스를 갖고 내부에서 중개거래를 해 왔는데, 이제 그 수익 영역이 그대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증권사 파생 중개 거래의 가장 큰 고객이 은행인데, 이제 그 고객을 잃게 됐다"고 전했다.
개인투자자 참여 자격 제한은 그렇잖아도 줄고 있는 파생 거래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B증권사 관계자는 "발전이라는 것이 여러 측면이 있을텐데 아무래도 당국은 질적인 측면의 발전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며 "거래량이 더 줄어들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C증권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자격 제한은 앞으로 파생시장에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 아닌가 싶다"면서 "진입을 어렵게 하는 대신 기관의 사후증거금 제도 같은 당근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그런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당국의 취지는 알겠고, 현·선물을 동시 또는 연계 매매를 할 수 있게 한 것과 은행의 효율성을 살린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면서도 "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방안이 나오게 됐는지 의문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