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임대소득세 과세 확대 방안' 이후 부자들이 보유 주택을 팔고 다른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 |
김씨는 지난해 5월 주택시장 규제가 대부분 폐지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이 아파트를 샀다.
하지만 김씨는 산 지 1년도 안된 이 아파트를 팔았다. 재건축 규제완화가 이어질 것이란 주변의 얘기에도 김씨의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돈 몇 푼' 벌려다가 갖고 있는 재산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대신 아들 이름으로 사 놓은 강동구 고덕주공 아파트 하나는 그대로 남겨 뒀다. 투자가치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아직 미혼인 아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다.
이를 계기로 김씨는 주택 투자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임대소득세 과세와 임대주택등록제 도입이 시간 문제일 것이란 생각에서다. 투자가치가 높지 않은 주택을 갖고 있다 자칫 재산이 노출돼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다는 게 김씨의 걱정이다. 김씨는 이 기획에 살고 있는 집도 팔고 전세로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8일 은행권 부동산PB(자산관리사)들에 따르면 부자들이 주택을 팔고 주택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현금자산 20억 미만인 중급 부자들도 서울 강남 재건축 예정 아파트에서 손을 때고 매도로 돌아서고 있다.
국민은행 WM사업부 임채우 부동산PB팀장은 "강남 재건축 매입에 많은 관심을 보이던 현금자산 20억원 미만 부자들이 지난 '2.26 임대소득세 과세 확대 방안' 발표후 재건축 아파트를 팔려고 나서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보유한 주택을 속히 팔아달라는 주문이 늘고 있다는 게 PB들의 이야기다. 아예 살고 있는 집까지 팔고 전세로 들어가야 하냐는 문의도 하고 있다고 PB들은 전한다.
부자들이 주택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세금보다 세원인 재산 노출 때문이라는 것. 정부의 방침대로 임대소득세를 걷으려면 임대주택 등록은 불가피하다. 정부와 여당은 아직 반대하고 있지만 임대소득세를 과세하려면 결국 임대주택 등록제를 할 수밖에 없으로 부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재산이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임채우 팀장은 "부자들은 세원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임대주택 등록제가 추진되면 주택 보유를 포기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살던 집도 팔고 고급주택에 전세로 들어가려는 부자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은 주택을 팔는 대신 빌딩, 상가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택처럼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없지만 임대수익이 높고 사업자 등록을 안해도 되는 장점이 있어서다.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가끔 부자들이 집을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PB들은 귀띰한다. 일단 목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사주고 재건축 분담금은 자녀에게 맡기는 형태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2.26 방안후 재건축 가격이 떨어지고 있냐는 문의도 가끔 들어온다"며 "이는 대부분 주택을 자녀에게 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