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NH농협그룹 식구가 된 우리투자증권이 삼성 에버랜드 기업공개(IPO) 주관사 경쟁에서 공동주관사로 결정되자 내부에서는 낙담하는 분위기가 진하게 감지돼 눈길을 끈다.
벌써 업계의 본격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거나 에버랜드가 NH농협지주편입을 통한 역량강화보다는 향후 통합 진통을 더 크게 본 것 아니냐는 등 그 원인 분석이 분분하다.
24일 금융투자업계와 우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증시의 IPO규모는 총 40건으로 1조3000억원대를 기록, 2012년의 1조원 내외에 비해 약 2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우투실적은 11건 약 4177억원으로 점유율이 32%에 달하는 업계 1위였다. 업계 2위는 KDB대우증권이 1건 2400억원대로 점유율 18%수준.
공모규모가 6000억원대로 전체 시장의 절반을 넘는 현대로템 IPO는 우투와 KDB대우증권이 공동대표주관사를 맡았다.
그렇지만 KDB대우증권의 경우 지난 2011년 중국고섬을 한국시장에 상장시킨 지 3개월 만에 상장폐지되는 IPO대표주관사로서의 트라우마가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 SDS부터 시작해 NS쇼핑에서 줄줄이 낙마한 것에 대해 고섬 핸디캡이 작용한 것으로 보았다.
업계 1위의 자긍심이 있는 우투는 이번 삼성 에버랜드 IPO주관사 선정에서 KDB대우증권의 고섬 핸디캡이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고 대표주관사 자리에 대해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임종룡 NH금융지주 회장의 프리젠테이션에도 불구하고 삼성 SDS건을 놓친 것에 대해서는 우투는 삼성생명 IPO 연장선 상에서 밖으로 내놓을 수 없는 원인을 찾고 있다.
그래서 NH금융그룹의 식구가 된 이후 첫 경쟁이나 다름없는 이번 에버랜드 건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임 회장은 SDS에 이어 이번에도 프리젠테이션을 직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관심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과는 '공동 주관사'였다. KDB대우증권이 대표 주관사로 고섬 핸디캡을 털어내고 우투를 이긴 것이다.
우투 투자은행(IB)사업부에는 의외의 결과에 낙담하는 분위기가 짙어진 낌새다. IPO를 관할하는 본부도 그 원인을 찾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결과 발표 당일 "우투 내부는 멘붕에 빠진 상태"라며 "당장 내일부터 이번 결과의 원인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투의 한 관계자는 "대우증권이 핸디캡이 있어 이번 결과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면서 "가장 큰 원인은 NH농협과의 통합을 앞두고 그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투 밖의 증권가에서는 경쟁구도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IB업계의 다른 한 관계자는 "지난해 우투가 IPO시장을 독식한 탓도 있다"면서 "여기에 더해 아마 통합증권사의 위상에 대해 벌써 견제의 조짐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1위 자리에 올라서는 우투를 두고 2위와 3위가 그냥 있지는 않을 것이란 추측에서 나온 해석이다.
NH농협금융지주에 편입한 이후 사실상 첫 IB경쟁에서 대표주관사를 KDB대우증권에 내준 우투로서는 IPO실적 1위의 자긍심에 상처가 나는 대목이다.
한편, 에버랜드 IPO 대표주관사로 선정되자 KDB대우증권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내부적으로는 그간 발목을 잡던 중국고섬 트라우마를 극복했기 때문에 다음 목표인 LIG넥스원 매각주간사 자리도 따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