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항공기 추락 사고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어 러시아 재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러시아 자산가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분쟁을 끝내려 하지 않을 경우,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처럼 국제사회에서 '왕따(outcast)' 신세가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카센코 대통령은 미국에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별명을 얻은 것으로 유명하다. 푸틴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구권의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면 러시아 경제와 국익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사건이 우크라이나 책임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새벽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군사활동을 재개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자국 영토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해서는 그 나라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고르 부닌 모스코바 정치공학센터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금 러시아의 재계 지도자들은 공포에 질려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 중 어느 누구도 러시아 정부에 대놓고 항의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반항하는 낌새를 보이면 정부의 가차없는 응징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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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 3위 은행 가즈프롬뱅크,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로즈네프트, 천연가스 회사 노바텍, 러시아 국영 방위산업체 8곳에 추가 제재를 부과했다. 이들 기업은 미국에서 만기 90일이 넘는 채권을 발행할 수 없게 된다.
유럽연합(EU)도 지난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유럽투자은행(EIB)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러시아와의 금융거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등 보다 강력한 제재를 주문했다.
푸틴 대통령의 첫 임기였던 지난 2000~2004년에 러시아 총리로 재직했던 미카일 카시아노프는 "러시아 경제의 전 부문에 서구권의 제재가 가해질 것임은 이미 기정사실화 됐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금융 전체가 제재를 받는다면 러시아 경제는 6개월 안에 붕괴될 것"이라며 "재계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러시아 국영은행 VTB그룹의 안드레이 코스킨 대표는 "현재 러시아에 가해진 제재만으로도 2조달러 규모의 러시아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며 "러시아는 글로벌 경제로부터 따돌림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이러한 제재에 굴복할지는 무리수다.
미국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은 "푸틴은 이미 서구에 저항할 것을 결정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항공기 추락에 대한 책임을 끝끝내 부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