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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에서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위안화의 일방적 가치상승세와 더딘 금리자유화 과정을 비롯해 낙후된 금융시스템 탓에 금, 구리, 철강 등 상품을 이용한 음성적 융자대출이 성행하고 있다.
중국 국가회계감사기관인 심계서는 지난달 24일 '2013년 중앙예산집행과 기타 재정수지에 관한 회계감사 보고서'를 통해 공상(工商)은행 등 8개 은행과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 등 3개 금융기관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 신용대출 및 업무 혁신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25개 황금 가공기업이 2012년이래 허위무역을 통해 획득한 해외대출자금이 944억 위안(약 15조원), 환율차와 금리차를 이용해 거둔 수익이 9억여 위안(약 1500억원)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봉황망(鳳凰網) 등 중화권 매체는 철강무역 융자, 철광석 융자, 구리 융자에 이어 금 융자가 중국 그림자은행 중 일부분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장부상 기재되지 않거나 당국의 관리감독을 제대로 받지 않는 금을 비롯한 이같은 상품 융자 규모가 심계서가 밝힌 것보다 실제로는 더 클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10년 이래 금 등 상품융자를 통해 중국에 유입된 핫머니가 810억(약 82조원)에서 1600억 달러(약 16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 중 금 융자 규모가 적게는 500억 달러(약 50조원)에서 많게는 800억 달러(약 81조원)에 이른다고 골드만삭스는 예상했다.
이는 세계금협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추산치와 비슷하다. 세계금협회는 중국이 수입하는 순금 중에 대출 수단으로 이용되는 순금이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며, 2013년 말 기준 1000t에 육박하는 금이 융자수단으로 이용됐다는 관측을 내놨다. 현물금값으로 계산하면 순금융자 규모는 464억 달러(약 47조원)에 육박한다.
홍콩무역국의 통계에서도 최근 몇 년새 금 융자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중국 본토와 홍콩간 50억 달러도 채 안됐던 금 무역 규모가 2013년 700억 달러 가까이 급증한 것.
중국 매체는 금 무역액이 증가한 것은 금 무역융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 전체 상품 융자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6%를 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2010년부터 급격히 늘어난 금 융자가 중국 그림자은행에서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금을 비롯한 상품융자는 자금조달 과정이 불투명하고 허위기장과 사기 행위가 만연하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 금융리스크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금 융자 방식에 대해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역내 금가공업체 A가 신용증을 역외 자회사 B에게 주고 보세구내에서 수입한 순금을 가지고 역외 자회사 B가 신용증을 바탕으로 역외은행으로부터 달러를 차입한다"며 "중국 본토보다 낮은 비용으로 차입한 달러를 가지고 A업체가 순금을 단순가공해 수출한다"고 소개했다.
단순가공 비용이 낮아 반복적인 수출입 과정을 통해 금리차를 통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역 규모를 부풀려 거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홍콩 역외위안화(CNH)와 본토 역내위안화(CNY)간 달러 환율차가 늘 존재한다며, 100만 달러를 중국 본토에서 환전할 경우 3만~4만 위안(약 488만~651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금을 비롯한 상품융자가 국내 실제 수요를 왜곡해 상품가격의 심각한 변동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중국 금 융자 총액이 그 해 순금 총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금 가격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제 금값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중국내 금 융자의 급격한 증가가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최근 몇 년간 불거진 허위무역 문제와 핫머니 대거 유입은 위안화의 장기적 추세면에서 지속적인 가치상승 뿐만 아니라, 순금 등 상품무역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품무역 과정에서 부풀려진 무역 수치가 핫머니 대량 유입을 조장하고 중국내 부동산 등 자산가치 거품을 키워, 상품가격과 수출입 무역수치에 혼란을 초래해 결국에는 중국 기업과 정부의 경제상황 판단과 정책결정은 물론 경제구조 전환에 장애가 됐다는 것.
2010년 이후부터 성행한 중국내 상품융자는 환율제도와 금융시장 시스템, 부동산 시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010년 이래 지속된 위안화 가치의 일방적 상승세가 허위 상품무역을 위한 환경을 조성했고, 진척없는 금리자유화와 중국의 낮은 자본시장 개방도, 당국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맞물려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자금조달 비용도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위안화의 일방적인 가치 상승과 국내외 융자 금리차를 노린 기업들이 너도나도 상품융자에 뛰어들었다.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연구원 리셴룽(李憲容)은 "금리차를 노린 상품융자가 그림자금융 시스템을 통해 국내 부동산 시장과 지방정부 융자 플랫폼에 유입되고 있다"며 "중앙정부의 통화정책과 그림자금융 단속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중국 금융시스템에 커다란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당국이 외환 및 수출입 제도 측면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리셴룽 연구원은"상품융자 성행은 상당부분은 금융제도 결함에 의한 것"이라며 "정부의 과도한 금융시장 개입과 시장화 가격 시스템이 형성되지 않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품융자를 비롯한 중국 그림자금융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리시장과 환율 형성 시스템 자유화를 조속히 추진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