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유동성 확대를 통해 경제살리기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하지만 '중국판 양적완화(QE)'로 불리는 인민은행의 이런 통화정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경제전문가 장팅빈(張庭賓)은 경제전문지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의 칼럼에서 인민은행의 중국판QE가 민간기업 살리기가 아닌 정부사업 부문 지원에 집중하면서 실물경제 주체 살리기라는 본연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중국판QE란 인민은행이 올해 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통화정책에 기반을 둔 유동성 확대 정책을 가리킨다. 선별적 지급준비율 인하와 PSL(담보성 보충융자) 제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선별적 지준율 인하는 농촌 상업은행과 소기업 대출 은행에 한해서 지준율을 낮춰 농촌과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PSL은 시중에 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인민은행이 이런 새로운 통화정책 설계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과거 10년 동안 중국의 통화발행은 주로 외국환평형기금에 의한 수동적 증가세를 보였다. 외자의 대중 투자와 무역흑자 확대, 특히 2005년 7월 이후 물밀듯 밀려온 대규모 핫머니의 영향으로 중국의 통화 발행량이 급격히 늘었다.
2001년 초 1조 4600억 위안이었던 외국환평형기금은 2010년 초 19조 1600억 위안으로 늘었고, 중국의 외화보유액도 2000년 말 1655억 달러에서 2010년 말 2조 8400억 달러로 급등했다.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올리고 통화안정채권을 발행해 유동성 과잉 방어에 나섰지만, M2(총통화) 규모는 2010년 말 72조 8000억 위안까지 껑충 뛰었다.
시중의 늘어난 자금은 2006년~2007년 증시로 유입되는가 싶다가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몰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 결과 중국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그림자금융도 크게 확대됐다.
그러나 2010년을 기점으로 중국으로 유입되는 외국 자금이 줄면서 중국의 외화보유액 증가세도 주춤해졌다. 그간 중국의 통화량이 외국환평형기금 증가에 기대 늘었던 만큼, 외자 유입 감소는 중국 시중 유동성 공급량 축소로 이어졌고, 부동산 시장에 흘러드는 자금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정부의 적자도 눈에 띄게 불어났다. 2014년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계획에 따르면, 정부 적자율은 2.1%인 1조 3500만 위안(약 221조 원)에 달한다. 이는 정부가 더는 재정을 늘릴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 속도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7.5%의 성장률 달성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카드가 통화정책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팅빈은 올해 인민은행이 실시한 선별적 지준율 인하와 PSL 제도 도입이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인민은행이 과거 수동적인 통화 발행에서 주동적인 통화 발행 주체로 역할을 전환했다고 장팅빈은 밝혔다.
선별적 지준율 인하는 중소민간기업의 도산을 막고, 국가개발은행을 통한 1조 위안의 PSL 발행은 판자촌 개발에 쓰여 민생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섰다는 희망과 함께 거시경제 지표도 개선됐다. 7월 들어서 증시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러나 장팅빈은 이런 중국판QE가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과 미국의 양적완화는 시중 자금이 민간 기업을 지원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역할을 했지만, 중국판QE는 늘어난 자금이 결국 정부로 돌아가는 구조라는 것. 그 결과 기업의 자금조달 금리는 오히려 더욱 상승해 민간 기업 경쟁력 강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