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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공급업체에 '슈퍼갑(甲)' 되어가는 이유

기사등록 : 2014-08-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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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셰트 이어 디즈니 DVD도 판매 않기로…수익개선 위한 '안간힘'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온라인 책 판매 업체로 시작한 아마존, 점점 더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수익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일까.

책에서 시작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가 된 아마존의 위상은 누구도 도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더 잘 팔리려면 아마존에 물건을 내놓는 것이 합리적인 일이 된 것이다. 보더스 같은 대형 서점 체인도 무너졌다.

큰 힘을 갖게 된 아마존은 최근 책의 판매 마진을 맘대로 하려 하거나 일부 품목은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함으로써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작가들을 아예 고용해 출판업체들의 기능까지도 장악하려는 듯 보인다.  

◇ 아마존의 가격 전쟁.. 출판사 아셰트 이어 디즈니와도 '한 판'

아마존은 최근 프랑스 최대 출판그룹 아셰트(Hachette)와 한 판 붙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출처=CNN머니)
아마존은 전자책 당 가격을 9.99달러로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전자책이 올리는 수익을 배분할 때 출판사가 가져가는 몫을 더 적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마존은 책이 나오면 출판사들이 너무 많이 남겨 먹고 있으며, 책의 가격 자체는 더 낮아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그러나 아셰트 등 출판사들은 "더 받아야 한다"는 입장. 아셰트가 미국에서 팔고 있는 전자책의 60%가 아마존을 통해 거래되기 때문에 이 갈등은 더욱 첨예하게 불거졌다.

아마존은 아셰트와의 수익 배분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자 자사 사이트에서 아셰트가 발간할 책의 사전 주문 기능을 빼버렸고, 이는 아셰트의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물론 아마존의 대중적 이미지도 좋지 않아졌다.

작가들 또한 반대하는 이가 많다. 아마존의 전자책 가격 정책에 반대하는 900여 명의 작가들은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전면광고를 내고 출판사와 아마존이 분쟁을 일으킴으로써 책 판매가 부진해진다며 개탄했다. 말콤 글래드웰, 제임스 패터슨 같은 유명 작가들이 가세했다.

그런데도 아마존은 한 발 더 나갔다. 이번엔 월트 디즈니의 영화 DVD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0일 외신들에 따르면 아마존 사이트를 통해 '머펫츠 모스트 원티드(Muppets Most Wanted)'와 '캡틴 아메리카:더 윈터 솔져(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DVD 사전 주문을 할 수 없다. 다만 '아마존 인스턴트 비디오'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로는 이들 영화를 사볼 수 있도록 했다. 

책에 이어 영화 등 각종 콘텐츠 생산과 유통까지도 아마존이 장악하려는 의도일까. 

◇ 대대적 투자 손실 메우려?…"책은 게임과 영화, 신문과 경쟁중"

아마존은 작가들에게도 출판사들에게도, 심지어 독자(소비자)들에게도 외면받는 이런 가격 전쟁에 왜 나서고 있는 것일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 이유를 실적에서 찾았다. 아마존은 지난 4~6월 분기 15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번 분기 역시 영업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 규모는 4억1000만~8억10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클라우드 등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사업 분야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가 손실을 낸 큰 이유로 지목된다. 올들어 주가는 20% 이상 빠졌다.

투자자들은 그러나 아마존의 수익성 악화를 두고 볼 만한 인내심이 많지 않다. 따라서 아마존은 제품 공급업체들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신 사업 투자로 인한 출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인 셈.

또한 책 값 자체가 경쟁 콘텐츠에 비해 비싸다는 입장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아마존 킨들 사업부의 러셀 그랜디네티 선임 부사장은 최근 NYT와의 인터뷰에서 "책은 이제 책끼리가 아니라 캔디 크러시(게임), 트위터와 페이스북, 영화 스트리밍, 공짜로 볼 수 있는 신문 등과 경쟁하고 있다"면서 9.99달러면 (전자책에 있어)적당한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작가들의 비난 공세는 아셰트가 작가들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반즈앤노블-구글의 제휴, 대(對) 아마존 경쟁력 키울까

반즈 앤 노블은 아마존의 이 같은 우월적 지위에 도전하기 위해 역시 아마존과 경쟁하고 있는 구글과 손을 잡았다.

반즈앤노블은 지난주 구글과 제휴,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를 통해 당일배송하는 서비스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출처=뉴욕타임스)
반즈 앤 노블은 구글이 약 1년 전 개시한 온라인 쇼핑 및 배송 서비스인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Google Shopping Express)를 통해 뉴욕 맨해튼, 서부 로스 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등에서 책을 주문하면 구글 쇼핑을 통해 당일 배송을 해주기로 했다.

반즈 앤 노블로서는 책 온라인 판매를 신장해 다시 오프라인 서점 사업까지 부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마이클 P. 휴즈비 반즈 앤 노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제휴는 디지털 및 오프라인 사업을 연결하려는 하나의 시도"라고 설명했다. 반즈 앤 노블은 지난 5년간 63개의 점포를 닫았고, 전자책 누크 사업도 부진하다. 작년 4분기 누크 사업부 매출은 한 해 전에 비해 22%나 감소했다.

그러나 포브스는 반즈 앤 노블의 이런 시도가 '아마존 타도'에 그다지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의 측면을 들었다. 아마존 회원 가운데 프라임 서비스 이용자가 아니라면 3~4일 내에 책을 배송받을 수 있고, 반즈 앤 노블을 통해서도 이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다, 아마존 회원은 사이트에서 바늘에서부터 잔디 깎는 기계까지 다양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굳이 반즈 앤 노블과 구글 쇼핑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또한 이번 제휴 정도로 전자책 시장에서도 여전히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아마존에 도전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아예 반즈 앤 노블의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하지 않는 한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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