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이 10일 주전산기 교체갈등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결정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한 것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사실상 정면도전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당국에 지주 회장이 정면 반발한 것으로 오는 12일로 예상되는 금융위원회 임시회의에서 결정되는 최종 징계 수위에 따라 임 회장이나 최 원장 중 하나는 이번 사태에 대한 중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최 원장 역시 전례를 깨고 제재심의위원회 경징계 결정을 중징계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만약 임 회장이 금융위에서 제재심에서와 같이 경징계를 받게 된다면, 최 원장은 '무리수 징계' 논란을, 임 회장이 금융위에서도 중징계 결정을 받는다면, 자리연연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조직 분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임 회장이 이날 주전산기 교체갈등과 관련한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 정면 반발한 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주전산기 교체 과정은 "내부의견 수렴 과정이고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범죄행위가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논의 중인 사항인데 이게 무슨 범죄 행위냐는 주장이다.
은행 IT본부장 인사에 대한 부당 개입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지주와 100% 자회사인 은행을 포함한 모든 계열사에 적용되는 '계열사 경영관리규정'에 따르면, 행장은 본부장 인사와 관련 지주와 사전협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장 추천안을 원안대로 동의했고 행장이 최종 결정한 것"이라며 "문서로 공식 협의하는 정도는 모든 지주 회장이 한다"고 일축했다.
이 때문에 임 회장은 사실상 자진사퇴 여론에도 요지부동이다. 그는 "만약에 제가 움직이거나 흔들리면 또다른 CEO를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새로운 CEO가 논의되면 1년 가까이 KB금융이 지배구조 문제로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행장까지 물러난 마당에 지주 회장마저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지배구조 문제로 경영공백의 장기화만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임 회장은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금융위에서도 중징계 결정이 나오면 행정소송 등의 법적 공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임 회장의 정면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흐름은 임 회장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이미 사퇴하면서 회장이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데다 '버티기'가 사실상 KB금융그룹의 경영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진사퇴의 목소리는 노조와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정무위 소속 한 의원은 "중징계라면 이미 리더십에 상당한 상처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 큰 기관을 리더십을 갖고 끌고 나가기가 어렵다는 생각"이라며 "수습을 하려면 과단성 있는 결심이 필요하다. 자진사퇴해야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새누리당 정무위 소속 의원은 "예측만 한다면 이제까지의 관례가 있는데, 버티기가 쉽겠느냐"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한정애 대변인은 이날 "임 회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금융위 결정 이전에 스스로 사임해야 할 것"이라며 "임 회장의 이러한 태도는 이미 3개월 이상 끌어온 제재심의로 혼란을 겪어온 KB금융그룹의 경영공백을 더욱 더 장기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에 정면 반발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며 "조직을 살리는 길이 저길 밖에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내일 출근 저지 투쟁을 강력히 할 것"이라며 "임 회장의 중징계 반박에 대한 구체적인 반박자료를 내놓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