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브라질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야권 대선후보인 마리나 실바 전 환경장관(사진)을 주목하고 있다. 실바 전 장관은 다음달 5일로 예정된 브라질 대선에 출마한 상태다.
실바 전 장관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가운데 브라질 증시가 실바 후보의 지지율과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2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라질 증시를 대표하는 보베스파지수가 실바 후보의 지지율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베스파지수는 실바 후보가 대선 지지율 2위로 올라서자 상승세를 보였으나 최근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반등하자 다시 밀리고 있다. 이달 초 6만2000선을 넘봤던 보베스파지수는 최근 5만6000선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최근 브라질 증시 투자자들은 경제지표나 기업실적보다 대선 지지율 변화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현재 브라질의 대선 구도는 재선을 노리는 호세프 대통령과 브라질사회당(PSB)의 실바 후보가 겨루는 '여 vs 여'의 대결로 굳어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다음달 5일 1차 투표에서 실바 후보가 호세프 대통령에게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차 투표에선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같은 달 22일 결선투표에서 둘의 승패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결선투표에서 실바 후보가 1-2%p(포인트) 차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호세프 대통령이 세를 불리고 있기 때문에 최종 결과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브라질 증시가 실바 후보의 지지율과 연동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실바 후보가 전통적인 경제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가안정목표제 등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반면 호세프 대통령은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개입, 보조금 정책 등을 통한 에너지 가격 통제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물가를 관리해왔다. 이로 인해 물가에 대한 정부 개입이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브라질 경제가 올 상반기 내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도 부정적인 평가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호세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브라질 경제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토니 볼폰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최신 투자노트를 통해 "우리 입장에서는 실바 후보가 어떻게 통치할지보다 호세프 대통령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마르코스 캐서린 옥스포드이코노믹스 남미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호세프 대통령이 2011년 취임한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면서 정부의 비재정 지출이 GDP(국내총생산)보다 2%포인트 빠르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다음 정권에서도 호세프의 정책 기조가 이어질 경우 2016년엔 기초 재정수지 흑자 시대가 끝날 것이란 전망이다.
만일 그렇게 될 경우 브라질은 재정위기로 인해 현재의 투자적격등급도 박탈당할 것이라고 캐서린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현재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은 투자등급 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BBB-'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그 앞엔 험난한 과제가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캐서린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정부가 내년에 강력한 정책조정에 나서 기초 재정수지 흑자 규모를 GDP의 2-3% 수준으로 늘리면 2018년까지 투자적격 등급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브라질이 2016~17년 재정위기를 경험할 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위기는 피할 수 있고 그러려면 단기간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