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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내정설'에 직면한 KB금융지주 회추위(종합)

기사등록 : 2014-10-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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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비평’ 검증능력 없는 회추위, 독립성도 의심

[뉴스핌=노희준 기자]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가동에 나선 이사회가 차기 회장 '내정설'에 직면했다. KB금융 이사회의 독립성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관련자들의 부인에도 낙하산 전사(前史)에 '깜깜이 인선'과 '부실 검증' 우려가 설을 증폭시킨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는 22일 오전 9시부터 서울 명동 국민은행 본점에서 5차 회추위를 열고 4명의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 최종 회장 후보 1인을 선출한다.

김기홍 전 KB국민은행 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가나다순)이 대상이다.

현재 '절대 강자'가 없다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하영구 행장에 대한 내정설이 제기되고 있다. 하 행장의 내정설은 정관가의 인연 등이 배경이 되고 있다. 하 행장이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원설에서 시작된 것이 인선 레이스가 막바지에 이르자 내정설로 번지는 모양새다.

◆ 하영구 내정설 내용은=지원설의 배경은 하 행장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의 다리역할을 해줘 신 위원장(당시 기획재정부 차관보)이 특별한 애정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 행장이 2007년부터 2년간 씨티은행에서 부행장으로 일했던 조 수석(당시 변호사)과 각별한 사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배경 속에 하 행장이 씨티은행장 자리를 박차고 인연도 없는 다른 금융회사에 지원한 데다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던 김옥찬 전 부행장이 서울보증보험 사장직 도전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윗선과의 교감'과 '교통정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내정설의 골자다.

하지만 하 행장은 이런 의혹을 모두 일축했다. 하 행장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내정설, 청와대 낙점설에 대해 "말 같지도 않은 얘기"라며 잘라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코멘트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재차 부인했다.

일단 뉴스핌이 확인한 사외이사들도 외압은 없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이전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다가 5차 회추위에 참석하는 이경재 의장은 "외압 같은 거 받은 거 없다"고 말했다. 다른 사외이사도 "내정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도 없고 동의한 적도 없다"며 "내가 회추위원인데 허수아비냐, 그렇다면 나도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사외이사는 '하 행장 지원설'에 대해 간접적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설을 부담스러워했다. 이 사외이사는 하 행장과 관련, "누가 자꾸 민다 어쩐다 하고 구체적인 얘기도 있던데 자꾸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독 그분에게만 그런 게 나오는지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 인상비평, 부실검증 회추위...의혹 증폭=관련자들의 부인에도 내정설이 가시지 않는 데는 그간의 '낙하산' 전사에 더해 KB금융 회장 선임 과정 자체가 명백한 기준보다는 '인기투표' 성격으로 운영되는 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회추위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리더십, 전문성, 글로벌역량이라는 기준도 모호한 데다 구체적으로 어떤 배점을 통해 어떻게 반영되는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깜깜이 인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사외이사들이 선임 과정에서 후보 검증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하는 상황도 회추위 독립성에 물음표를 붙게 한다. 한 사외이사는 "조윤선 정무수석이 씨티은행에서 하 행장과 함께 근무했다는 것도 몰랐다"는 믿기지 않는 말을 할 정도다.

또 다른 사외이사도 일부 후보의 의혹에 대해 "언론을 통해 듣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른다"고 했다. 총자산 300조원의 금융그룹을 이끌 책임자를 뽑는 것치고는 무책임하며 인상비평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 "하영구 행장 의혹 물을 것"=일부 사외이사들은 하 행장이 지원설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되는 국정감사 출석 연기와 관련, 면접 과정에서 명확하게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사외이사는 "(하 행장이) 관련 의혹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실수다. 국감장에 나갔어야 했다"며 "자격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불확실성이 남은 것이다. 면접에서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미국 씨티은행 본사와 한국법인이 거액 자문료 계약 형태로 국부를 유출한 의혹 등과 관련, 하 행장에게 증인 신청을 한 상태다. 하지만 하 행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지난 16일 예정돼 있던 정무위 국감 출석을 22일 회장 선임 이후인 27일 종합감사로 미뤘다. 

하 행장은 국감 출석 연기와 관련, "전날과 그날은 씨티의 2015년 아시아지역 플랜(계획)에 대해 확정을 하고 회의를 해야 하는 날이었고 저도 씨티에 대한 마무리를 해야 했다"면서 "원래 예정돼 있던 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27일 종합감사 참석여부와 관련, "과거 기록을 보면 유일하게 은행 CEO로 항상 국회에 참여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는 피하지 않는다. 국부유출이라는 것도 정치적 용어고, 그 사안은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에서 본 사안이라 달리 뭐 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의 KB사태가 외풍에 의해 벌어진 것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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