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유로존 부채위기의 핵심으로 지적됐던 유럽 은행부문에 대한 건전성 평가가 마무리됐다. 이전보다 엄격해진 이번 테스트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건전성 개선이 대출 증가로 이어져 유럽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불합격 은행 리스트[출처:EBA/ WSJ 재인용] |
이 중 12곳은 올해 들어 자산매각과 주식발행, 이익유보 등의 방법을 통해 총 150억유로를 조성해 자본기준을 충족했지만 나머지 13곳은 여전히 기준에 못 미치며 95억유로의 추가 자본을 충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테스트를 주도한 유럽중앙은행(ECB) 관계자들은 100만개가 넘는 금융 자료들을 포함한 이번 테스트 결과 발표로 유럽의 금융 시스템이 안전하며 투명성이 제고됐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빅토르 콘스탄치오 ECB부총재는 "대형 은행의 재무건전성에 대해 이례적으로 심층분석이 이뤄졌으며 이는 은행부문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를 제고할 것"이라면서 "이는 유럽의 대출 활성화로 이어져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 영국 및 유럽 이코노미스트 하워드 아처는 이번 결과에 "큰 서프라이즈는 없었다"며 불합격한 25개 은행 중 12곳이 자본을 확충한 점도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26일(현지시각) 마켓워치는 이 같은 긍정적인 평가 결과가 유럽의 경제 우려를 한 번에 씻어낼 만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처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마무리되면서 은행들의 대출 준비가 더 잘 됐을 수는 있지만 현재 유로존 경제의 취약성이나 기업 신뢰도 저하,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불확실성 고조 등의 악재들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민간 부문에서 자본 수요가 확대될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8월 이후 독일의 수출경기가 위축되고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에서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은 기업들의 대출 수요를 억누르고 있다.
소시에떼 제네랄도 투자자노트에서 테스트를 마무리한 ECB가 이제는 대출창구를 열어두고 수요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더 중요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르디아은행 애널리스트들도 은행들 다수가 대출 확대에 더 적극적이 될 수 있겠지만 대출 수요가 없어 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 '문제아'는 이탈리아
이번 테스트에서 두드러진 은행 부실이 드러난 국가는 이탈리아다.
총 9개의 이탈리아 은행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으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97억유로의 자본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다섯 곳은 올 1월부터 9월 사이 자본부족액을 모두 충당했으며 나머지 네 곳은 33억유로를 추가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별 은행 자본부족 현황[출처: EBA/국제금융센터 재인용] |
가장 부실한 은행으로 꼽힌 곳은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방카 몬테 파스키 디 시에나(이하 MPS)로 올해 자본 부족액은 21억유로에 달한다. MPS외 이탈리아 은행 중에서는 방카 카리게와 방카 포폴라레 디 밀라노, 방카 포포라레 디 비첸차가 꼽혔다.
파비오 파네타 이탈리아은행 부총재는 앞서도 이탈리아 경제가 5년간 침체기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던 만큼 이번 시험 결과가 "놀랍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외에 불합격 은행이 나온 나라는 그리스(3곳) 키프로스(3곳) 벨기에 (2곳) 슬로베니아(2곳)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의 각 한 곳씩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