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가 2009년 3월 이후 사상 최장기 랠리를 펼친 사이 주가 상승률이 미국 경제성장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주가는 앞으로 10년치 성장률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한편 투자자들 사이에 반전 트리거를 찾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하는 경제 회복과 매출 증가 없는 기업 이익 성장까지 주가 상승을 정당화하기 어려운 여건이 반영돼야 할 때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 10년치 성장률 선제 반영
28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강세장이 시작된 2009년 3월 이후 2014년 6월말까지 S&P500 지수는 매 분기마다 4.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경제 성장률에 비해 5배 높은 수치다. 동시에 성장률과 주가 상승률 사이에 간극이 194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출처:AP/뉴시스] |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미국 경제가 3.0% 성장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앞으로 1~2년간 성장률이 3.0% 내외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강한 성장이 주가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성장이 가속화되는 한편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상승할 때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서두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 이익 전망을 감안하더라도 현 수준의 주가는 편치 않다는 지적이다. 유로존과 중국을 필두로 글로벌 경제 둔화가 뚜렷한 가운데 S&P500 지수 편입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이 46.3%에 달하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을 앞세워 매출보다 이익을 빠르게 늘린 기업 수익 구조와 자사주 매입 등 장기 강세장을 뒷받침한 버팀목이 힘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티시스 글로벌 애셋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래퍼티 시장 전략가는 “기업 매출 증가와 순이익 증가의 탈동조화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며 “추가적인 비용 절감과 자사주 매입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하락 반전 신호 어디서 올까
68개월에 걸친 주가 상승은 1938년 이후 16차례의 강세장과 비교하더라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얘기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기업 실적을 근거로 개별 종목 사이에 추세 전환이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지난해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에 기대 ‘사자’에 주력했던 투자자들이 수익성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지난주 컴퓨터 업체 IBM과 코카콜라 등 뉴욕증시의 블루칩들이 실망스러운 매출을 악재로 4% 이상 떨어진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바클레이스는 현금흐름 가운데 자본지출 비중이 2002년 50% 선에서 최근 약 40%로 급감했고,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의 투자 기피는 결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여지가 높고, 이는 주식시장에 악재라는 지적이다.
연준의 긴축 움직임 역시 주식시장이 매끄럽게 넘기기는 어려운 난관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마운트 루카스 매니지먼트의 팀 러드로우 최고투자책임자는 “완만한 경제 성장은 연준의 부양책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 오히려 주가 상승을 부추겼다”며 “내년 연준이 금리인상을 저울질할 때 주식시장이 더욱 뚜렷한 추세 전환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