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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KB금융 이사회, 정면충돌...LIG손보 인수 '표류'

기사등록 : 2014-10-3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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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퇴임(?), 안이하다" vs "무슨 책임을 지라는 거냐"

[뉴스핌=노희준 기자] 금융당국과 KB금융 이사회가 'KB 내분 사태'에 대한 사외이사의 책임론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임기만료에 따른 자연 퇴임도 "안이한 생각"이라고 일축하는 금융당국과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사외이사들의 간극이 너무 큰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사실상 사외이사가 사퇴하지 않으면 LIG손해보험 자회사 편입 승인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외이사 일각에서는 당국 승인이 없이 계약이 종료되면 "그것으로 그만"이라고 맞서고 있다.

KB금융지주 이사회 현황 (기준일 : 2014.06.30)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30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LIG손보 자회사 편입 승인 과정이 표류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입장은 명확하다. 사외이사가 KB 내분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으면 승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지배구조 전반을 보고 있는데 금융기관의 지배구조에서 핵심은 이사회"라며 "KB 사태 때 지배구조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것이 전반적으로 치유돼야 승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의 임기 만료에 의한 자연퇴임이나 순차 퇴임은 충분치 않다고 못 박았다. 그는 "그것으로 지배구조가 일신되나, 난센스다. 누구나 임기가 만료되면 방법 없이 물러나는 것"이라며 "굉장히 안이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KB 내분 사태 때 경영진을 불러다 사태를 파악해 따지고 질책하고 조정했어야 할 이사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회장만 뽑아놓고 가만히 있는 자문위원회가 아니다"는 것이다.

반면 KB금융 이사회는 당국의 이런 입장에도 거취와 관련해 요지부동이다. A 사외이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단계에서 어떤 개입을 해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고 하면 책임을 지겠다"며 "하지만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책임을 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B 사외이사도 "개입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건호 전 행장이 갑자기 금융감독원으로 문제를 가져갔다. 전산 문제가 복잡하기도 했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데다 준사법기관인 금감원 제재심 절차가 진행 중이니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며 "제재심 결과가 오래 걸려 나왔고 그러다 (은행의 직원 검찰 고발, 템플스테이 파동으로) 상황이 급변해 금융위원회도 직무정지를 내렸다"고 말했다. 

C 사외이사는 "국민은행 사외이사와 지주의 사외이사를 헷갈리고 있다. 현안은 은행 일이었다"며 "법원에 가져가면 다른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 사항이다. 지금 지배구조를 수습하는 과정에 있는데 우리보고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답답해했다. 사외이사들 사이에서는 "책임도 없는 이사회를 흔들어 LIG손보 인수를 결정한다는 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LIG손보보다 이사회 독립성이 손상되는 게 더 큰 손실"이라는 격양된 반응도 나왔다.

다만, 또 다른 사외이사는 다소 유연한 견해를 보였다. D 사외이사는 "사외이사가 행동하면 전체적으로 취해야 하고 개별적으로 행동하고 말고 할 문제는 아니다"며 "앞으로 당연히 (사외이사 거취, 책임론은)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사회도 금융당국과 외부의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종규 새 회장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사외이사들이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주는 게 KB를 살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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