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연주 기자] 한국은행 11월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목) 열린다. 가파른 엔저로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만큼 금통위원들이 최근 경기 여건에 어떤 진단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은이 바로 지난달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연 2.00%)로 끌어내린 터라 인하 효과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 심화한 엔저와 함께 달러/원 환율도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어 당장 금리로 환율에 대응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개회에 앞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10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금리는 짧은 기간에 50bp를 내렸다"고 말한 점도 금리 동결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간 인하 압박 수위를 높여왔던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인하 기대감은 더욱 사라지는 분위기다.
다만 한은이 매파적 기조로 돌아서기에는 대외 사정이 녹록지 않다. 일본이 깜짝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했고, 유로존도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서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추가 부양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내 역시 저물가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는 데다 수출여건도 악화하고 있다.
◆ 환율 주목하는 한은…소수의견 전망은 '분분'
환율, 특히 엔저에 대한 고민은 지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대표적인 매파 인사로 분류되는 문우식 위원은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면서도 "최근 엔화가 달러당 110엔에 이르는 등 엔화가 다시 크게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더는 방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비단 환율뿐만이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비둘기' 위원들의 입장을 뒷받침할만한 이슈는 쌓여 있다. 미국의 경우 양적완화를 종료했지만, 시장에 충격이 가지 않게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가 대부분이다. 이번 금통위가 동결 결정을 내리더라도 만장일치가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정해방 위원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위원은 그간 금통위에서 20bp 인하론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견해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채권업계 고위관계자는 "어쩌면 25bp를 고집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일 수도 있다"며 "이제는 인하폭에 대해 좀 더 열린 시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환율, 금리 효과 적용될까…"인하가 능사는 아냐"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금리 결정에 있어 관건은 환율"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환율 동향만으로 금리 인하를 주장하기에는 논리가 빈약하다고 말한다.
만장일치 동결을 주장하는 측은 엔화 동향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자본유출 우려 등 달러/원 환율 상승에 따른 반대급부도 유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NH농협증권 김지만 연구원은 "11월 금통위에서는 특별히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며 "특히, 엔저 현상을 금리정책으로 대응하겠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은 낮으며, 현재 진행형의 '달러>원>엔'의 구도에서 원과 엔만의 관계만을 고려해 인하를 택한다면 달러 강세, 원화 약세를 심화시켜 또 다른 문제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엔저에 대한 수출 우려가 큰데, GDP를 항목별로 분석해보면 환율이 GDP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며 "다만, 달러/원의 현재 흐름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금통위원들도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1월 금통위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날 열린다. 이에 한은 통화정책회의는 한 시간 늦춰진 오전 10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이주열 총재 기자간담회도 30분가량 미뤄진 오전 11시 50분부터 시작된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