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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삼성 빅뱅] 재계도 깜짝 놀란 초대형 딜, 어떻게·왜?

기사등록 : 2014-11-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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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방산·화학 강화 위해 적극 대시..삼성도 비주력 정리차원서 화답

[뉴스핌=이강혁·강필성 기자]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1조9000억원의 초대형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삼성은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한화그룹에 매각키로 26일 결정했다. 삼성이 주요 계열사를 국내 다른 기업에게 대규모 매각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삼성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사업재편의 연장선에서, 한화는 사업적 경쟁력 확대와 시너지 차원에서 서로의 욕구가 맞아떨어졌다. 이번 딜 성사에는 한화의 강력한 인수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한화, 방산 보강 과정서 논의 물살..적합한 포트폴리오 확충

이날 삼성은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한화에 1조900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화도 같은 합의 내용을 토대로 (주)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 등 3개 계열사가 인수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다만 삼성종합화학의 최대주주(38.4%)인 삼성물산은 18.5%의 지분을 남겨 한화와 화학 분야에 대한 협력 관계를 유지키로 했다. 삼성은 이번 매각으로 석유화학 분야에 삼성정밀화학을 남겨두게 됐다. 삼성과 한화는 내년 1~2월 실사와 기업결합 등 제반 승인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이번 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초대형 딜은 방산 사업 강화에 대한 한화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한화는 방산사업 중 화약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그 외에 분야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를 보완하는 과정에 삼성테크윈 매각이 거론되면서 논의가 시작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의 방산부문 사업을 보강하기 위해 삼성전자 등 삼성테크윈 주주들에게 지분매각 등의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며 "이 과정에서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 등 석유화학 계열사의 매각도 함께 논의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이를 위해 양사 공동 TF를 구성해 거래 방식 및 규모, 범위 등에 대해 논의해 왔고 최종적으로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의 인수에 합의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한화는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와 삼성테크윈 지분 32.4%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한다. 옵션으로 추후 경영성과에 따라 1000억원이 추가로 지급될 수도 있다.

이번 인수로 한화의 방산분야와 석유화학 경쟁력은 보다 커질 전망이다. 먼저 한화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통해 지난해 기준 방위사업 부문 매출이 1조원 규모에서 약 2조6000억원으로 증가해 국내 방위사업 분야 1위로 도약하게 된다.

삼성테크윈은 영상보안장비(CCTV), 칩마운터(반도체 칩 장착 장비), 가스터빈 및 K-9 자주포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정밀기계업체다. 한화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계기로 방위사업 자체의 규모 확대뿐만 아니라 기존의 탄약, 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항공기·함정용 엔진 및 레이더 등의 방산전자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차세대 방위사업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확충하게 됐다.

아울러 석유화학부문의 규모도 대폭 커졌다. 한화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를 통해 석유화학사업 부문 매출규모가 18조원까지 증가한다. 특히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가 세계 9위 수준인 291만 톤으로 증대돼 규모의 경제를 실현, 나프타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나프타-콘덴세이트-LPG로 다각화된 원료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돼,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한 북미·중동의 석유화학 회사들과의 경쟁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M&A를 통패 한화는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 부문에서 국내 1위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라며 “지난 60여 년 한화그룹의 역사 동안 줄곧 그룹 성장의 모태가 돼 온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위상을 국내 최대규모로 격상시켰다”고 평가했다.

 ◆화학·방산 성과 지지부진 고민..전자 집중도 높이고 이재용 체제 강화

삼성 입장에서도 이번 매각 결정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화학과 방산 모두 그동안 사업 성과가 지지부진한데다 잦은 사건사고로 고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요 계열사이기는 하지만 과감하게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중심의 이재용 체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은 사실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의 사업재편 작업을 빠른 속도로 추진해 왔다. 제일모직의 패션과 소재 두 축의 사업을 쪼개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와 삼성SDI로 넘겼고,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이던 삼성SNS와 삼성SDS의 합병, 삼성SDS의 상장, 삼성코닝정밀소재의 미국 코닝사 매각 등이 진행된 바 있다.

최근에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도 결정했다. 사업 경쟁력 차원에서 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컨설팅을 진행하며 야삼차게 추진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양사의 합병은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쳐 일단 무산됐다. 삼성은 주주들을 설득할 대안을 마련해 재차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 사업적으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제조업 분야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굿초이스로 보인다"며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강화하는 지배구조 변화의 그림으로도 방대한 사업과 조직을 슬림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강필성 기자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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