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OPEC과 미국의 석유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뜻하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을 향한 OPEC의 맹공이 러시아 경제를 침체 위기로 몰아가는 한편 유로존 주변국에 훈풍을 내고 있어 주목된다.
3일(현지시각) BNP 파리바는 4년 연속 경기 침체 상태인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하락할 때 0.3%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원유 생산 현장[출처:AP/뉴시스] |
이 같은 기대가 최근 들어 주요 투자은행(IB)의 이코노미스트 사이에 크게 확산되고 있다.
크레딧 아그리콜의 프레드릭 듀크로젯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유가 하락이 유로존 경제 성장에 호재가 된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며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가 특히 커다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하락이 가뜩이나 바닥으로 내리꽂힌 인플레이션을 더욱 끌어내려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높인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력 향상과 이에 따른 내수 경기 활성화 등 원유 수입국인 이들 국가가 얻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욱 크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와 유로화 하락에 따라 스페인 경제가 내년 정부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내년 침체 경고가 곳곳에서 고개를 드는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 디폴트 우려가 번지면서 채권 관련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이날 장중 러시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4bp 급등, 10.9%까지 오른 가운데 5년 만기 국채에 대한 CDS 프리미엄이 354.4bp로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루블화는 연초 이후 달러화에 대해 60% 급락한 상황이다. 서방의 경제 제재에 국제 유가 급락이 맞물린 결과다.
러시아 정부는 내년 경제가 0.8%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기존의 전망치인 1.2% 성장에서 크게 후퇴한 수치다.
피터슨 국제경제 연구소의 앙드레 애슬룬드 연구원은 “러시아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안정성까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HSBC와 마킷이 집계한 지난 10월 러시아의 서비스 업종 지수는 47.4를 기록, 시장 전문가의 예상치인 47.8을 밑돈 것은 물론이고 경기 수축 국면을 나타냈다.
러시아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주요 지표를 통해 점차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얘기다.
루블화 급락에 제동을 걸기 위한 중앙은행의 개입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지난 1일 7억달러 규모로 개입을 단행했다고 밝힌 가운데 BCS 파이낸셜 그룹이 이날 6~10억달러 규모로 추가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이어 단행된 외환시장 개입으로 인해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4200억달러로 감소, 연초 이후 900억달러 줄어들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진 데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해 연간 1400억달러의 손실을 볼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